• 최종편집 2025-05-2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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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도시의 마천루 [사진=Rastislav Durica]

 

대한민국은 ‘아파트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및 도시화로 늘어나는 인구증가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 정책을 펼쳤다. 아파트는 건축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발전사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짜리 아파트였고, 해방 이후 최초 아파트는 1959년 종암아파트였다. 1964년 마포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 주도로 지어졌으며 1965년 중정형 동대문 아파트가 건축되었다. 당시 연예인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란 별명으로 유명했다.


1965년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는 당시 고급아파트에 속했다. 1967년 김현옥 시장과 김수근 건축가가 주도한 세운상가는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당시 재력을 가진 사업가나 정부 고위직 인사가 거주하며 고급아파트란 명성을 얻었다.


1967년 외국인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거주 시설로 용산구 한남동 힐탑아파트가 지어졌다. 이 아파트는 지상 11층에 120가구가 사는 고층아파트로 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또한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동식 전화기도 설치되었고 옥상에는 옥상정원이 설치되어 놀이터로 사용되었다. 


남산 외인아파트는 1972년 16, 17층 규모로 2개 동이 지어졌으며, 온수난방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아파트의 전성시대는 1972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기점으로 큰 붐을 일으켰다. 도시의 인구가 급증하며 주거 시설의 부족과 도시의 팽창을 흡수하기 위해 강남이라는 영동지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고층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주거 문제의 해결사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아파트 붕괴’의 잔혹사


이처럼 대한민국 주거문화를 이끌었던 아파트가 재앙을 맞이한 것은 1969년 30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당한 와우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52년이 지난 2022년에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붕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공사하던 현장에서 발생했으며, 39층에서 22층 사이의 약 17개 층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 6명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의 붕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6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 챔플레인 사우스 아파트의 일부가 붕괴되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고로 인해 전체 136가구 중 55가구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98명이 목숨을 잃고 재산피해만도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건물 붕괴로 큰 트라우마를 가져온 것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2분경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다. 이 사고로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 6명의 실종이 있었다. 당시 피해액은 약 2,700억 원 정도였다. 


아파트 붕괴뿐 아니라 건물 붕괴는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해선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의 수명은 60년에서 65년까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만 잘한다면 100년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콘크리트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구조물의 내구성 설계와 구조 안전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를 보라! 40년이 지나면 구조적으로 불안전해지는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사회적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바닷모래로 지은 아파트... 미래의 불안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아파트의 붐은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출발한 1기 신도시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대선공약으로 200만 호 건설을 약속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전월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주거 문제가 본격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당시 정부는 물가 안정과 정권 유지를 위해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 할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초 정부는 중동, 평촌, 산본 등지에 대규모 신규 주택단지 건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로 인해 지역 땅값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성행했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89년 4월 27일에 분당과 일산을 추가 신도시로 지정했다.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힘입어 신도시 주택건설 사업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1989년 46만 호를 기점으로 1990년 75만 호가 준공되었고, 1991년 8월 신도시 건설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정부는 대규모 아파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바닷모래와 중국산 시멘트가 사용했다. 분당신도시 아파트를 지을 때 강모래가 부족해 바닷모래를 퍼다 쓰면서 제대로 된 세척을 하지 않아 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아파트들이 대거 준공승인을 받았다. 


이제 이러한 신도시 아파트들이 건설된 지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대단위의 공동주택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 노화되고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분당과 일산을 포함한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이미 고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경제성이 부족해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고 있는 아파트...어떻게 할 것인가?


아파트의 노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1980년대 대단지로 개발된 송파, 강동, 목동, 상계동을 포함해 고양시 화정지구, 능곡지구, 행신지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단위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었다. 


이렇게 지어진 아파트는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고독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이 문제다. 인간이 수명을 다하면 죽는 것이 필연적인 것처럼, 아파트도 절대 수명이 다하면 구조적 불안정성 때문에 반드시 철거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필연적 순리를 저버린다면 와우아파트나 플로리다 아파트처럼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이 고사성어는 ‘먼 뒷날까지를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나 행정부에서 큰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이처럼 다가올 미래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최소 100년을 내다보고, 국무총리는 50년, 장관은 20년을 내다보며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광화문 광장에 가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가장 존경받는 두 사람의 동상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을 지휘하며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16세기 말 조선 최고의 수군 명장이자 구국 영웅 이순신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해군들이 연구하며 그의 전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필사즉생필행즉사(必死卽生必生卽死)’라는정신을 통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현재 행정부를 이끌어 가는 장관이라면 최소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충정을 본받아 나라를 이끄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만약 이순신 장군과 같은 장관이나 총리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국가가 되고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군왕은 무릇 세종대왕과 같아야 한다. 


조선 제4대 국왕인 세종은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떤 왕보다 훌륭한 업적을 많이 쌓았다. 그는 유교 정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술 서적의 편찬을 통해 대한민국이 현재에 이르는 기틀을 마련했다. 백성들의 문맹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자존감과 민족적 긍지의 기틀을 마련했다. 젊은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집현전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의 기틀을 확립했다. 


현재 K-Pop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것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수많은 업적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한 나라를 이끌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세종대왕과 같은 군주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아파트가 가져올 미래의 불안?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주거 문제는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맡길 수는 없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한 채의 집이나 아파트가 전 재산인 경우가 대다수다. 만약 아파트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재산권이 붕괴되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부실채권으로 파산에 직면하게 되면 나라는 ‘도미노 현상’처럼 붕괴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국가는 현명한 정책을 지금 당장 실천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은 최소한 100년을 내다 보아야 하며, 총리는 50년, 장관은 20년을 내다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없거나 지혜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를 받지 말아야 한다. 행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회색 도시가 만들어낸 ‘악몽의 그림자’가 우리 곁으로 다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73.3%를 차지하며 아파트는 63.5%에 달한다. 이처럼 해마다 늘어나는 아파트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최근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주연을 맡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가 개봉되어 선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서울은 사상 초유의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지만,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부인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이다. 대한민국의 아파트가 얼마만큼 깊숙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처럼 아파트는 지진이나 천재지변으로 붕괴의 위험이 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노후화를 통해서 안전에 이상이 오면 천재지변이 아니라도 인재로 붕괴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화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다. 


회색도시에서 일어나는 악몽같은 사건들

 

아파트는 도심를 회색 도시로 만들고 인간을 우울하게 만들어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달리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고립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2023년 7월 21일 신림동 칼부림 사건으로 20대 남성 한 명이 살해당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3년 8월 9일 강남의 중심지인 강남역 인근 유흥가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 2023년 8월 3일 분당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으로 5명의 사상자를 내고 백화점으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칼부림을 해 8명이 중상을 당하고 1명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시끄럽다며 윗집에서 아랫집 쪽으로 CCTV를 설치하며,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이 충격적으로 일어나며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왜 이처럼 ‘묻지마 강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회색 도시’가 만들어낸 도시문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을 벗 삼아 활기차게 뛰어놀며, 사색하고, 따스한 햇살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현대도시는 콘크리트가 숲을 대신하고 새들이 앉아 노래 불러야 하는 가지 위에 아파트들이 수직적으로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이제 자연 대신 아파트로 이루어진 회색 도시가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적 언어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정신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도심에 즐비한 많은 아파트 중 자신의 집 하나 없다는 한탄 섞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며 자신을 비관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처럼 증오가 늘어가는 회색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낙원, 살기 좋은 대한민국!  이러한 나라가 국민이 꿈꾸는 국가의 모습이다. 최근 많은 사회문제가 도시와 주거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국가는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도시를 통해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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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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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콘크리트로 만든 ‘회색 도시’... ‘악몽의 그림자(shadow of nightmare)’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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