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2(목)
 

황현호 제주 사진 1.jpg

▲ 제주도의 일출 ⓒESGKOREATIMES

 

옛날부터 제주도는 삼다(三多)로 알려졌다. , 여자, 바람이 많다 하여 삼다도였다. , 여자, 바람을 대표하는 삼다는 여전하지만, 요즘 제주의 풍경은 달라져 버렸다. 환경과 문화가 바뀐 제주도는 삼다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2010년 전후로 제주도는 관광객이 몰리며 개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그 흔해 빠진 돌은 마라도와 이어도로 가버리고, 여자는 육지로 가버렸다. 그 빈자리는 쓰레기와 관광객으로 대체되었다

 

 

'현대판 제주의 삼다'는 바로  쓰레기, 관광객, 바람이다. 

 

먼저 쓰레기 문제부터 말해보자면, 3년 가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육지 사람들이 연초부터 여행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제주도로 여행을 오고 있다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처럼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 현재미래만 오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마저도 함께 온다필자도 육지나 해외를 나가면 마찬가지다관광객이 현지에서 버리는 쓰레기 양은 실로 엄청나다.

 

항공기로 육지에서 화석연료 잔뜩 태우고 오는 건 차치하고라도제주에서 차를 렌트하고 숙소에서 버리는 쓰레기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는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은 제주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제주도는 땅이 좁아 쓰레기와 폐기물을 태우거나 버릴 곳이 거의 없다지금도 쓰레기는 곳곳에 쌓여 차고 넘친다.

 

바닷속과 해변에는 엄청난 비닐과 플라스틱 등 여러 가지 쓰레기와 폐기물이 범벅이 돼 제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그것들은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잠수함이다바다에 쌓인 쓰레기는 제주 바다의 수온을 올리고 백화현상을 일으킨다쓰레기로 인해 제주 바다는 악화일로로 출렁이고 있다해녀들도 전복과 보말 등 해산물이 안 잡힌다고 푸념이 많다제주에서 섭취하는 전복은 제주산이 아니라 육지의 양식 완도산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이 모든 것이 제주에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생겨나는 현상이다.

 

다음으로 관광객이다2016, 제주도 관광객은 15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그 이후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더니 21년과 22년 각각 천만과 천이백만 명으로 줄었다코로나로 전 세계가 얼어붙을 때에도 제주도는 불과 200~500만 명 줄었을 뿐이다도민 일부는 관광객에게 입도세를 물리거나 방문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관광 수입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문제다하지만 더이상 오버투어리즘을 유지한다면 제주는 버텨낼 수가 없다지난봄 코로나 방역이 대폭 완화되면서 관광객이 다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올해는 이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제주가 아름다운 섬의 명성을 지속하려면 관광객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람, 제주는 예나 지금이나 바람이 많다.  제주 바람이 폭풍우와 태풍과 만나면 그 위력은 가히 파괴적이다. 지난 열흘 전에도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었다. 사흘 전 제주공항은 패닉상태였다공항에서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해 큰 혼란이 있었다강풍으로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승객들의 예약은 하루 종일 뒤로 밀리고 줄줄이 취소되어 혼란 상태였다제주에서 이런 일은 아주 드물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다.

 

무더운 여름바다에서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제주의 가치 있는 명물이다전 세계가 코로나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제주의 바람이 국민들의 힘든 가슴을 위로하며 현대판 제주의 삼다 중 쓰레기와 관광객의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해주길 바래본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현명한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특히 제주 바다에 오는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이면 좋겠다.  제주를 방문할 때 이것만은 명심하자내가 만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지구환경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다제주에서 관광객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자연을 향한 겸손이다.

 

 

덧붙이는글: 황 현 호

현재 문화발전소 소장으로 있으며, 제주 애월 프롬나드의 주인장이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제주 애월에 거주하며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경기북부참여연대 편집국장, 의정부예술의전당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제주에서 환경운동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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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의 제주 이야기 1] 제주에서 삼다(三多)는 쓰레기, 관광객,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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