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2(목)
 

2021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건축가 듀오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이하 라카통)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은 (이하 바살), 30년 이상 동안 사회적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축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의 건축에 대한 접근은, 보다 경제적이고 생태적인 재료를 활용한 방법을 통해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사용의 자유를 우선적인 가치로 설정하여 기존에 있던 것에 대한 모든 가치를 복합적으로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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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2011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라카통(1955, Saint-Pardoux, France)과 바살(1954, Casablanca, Morocco)1970년대 말 보르도 국립 건축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chitecture et de Paysage)에서 정식 건축 교육을 받던 중 만났다

 

현재 라카통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ETH Zurich, 2017~)의 건축 및 디자인 부교수이자, 스페인 마드리드 폴리테크닉 대학교 (Polytechnic University of Madrid, since 2007~)의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며, 바살은 베를린 국립 예술대학교(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2012~)의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건축 및 도시설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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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ne Lacaton & Jean-Philippe Vassal [사진=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

 

라카통과 바살의 건축 프로젝트 경력에서, 사회 주택에 대한 작업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특히 그들이 활동하는 프랑스에 주거 제도정책 중 하나인 공공임대 사회주택의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Remodeling) 건축방법을 활용하여, 공간을 개선할 수 있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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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Remodeling Construction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그들이 활동하는 프랑스는 1894년 저가주택(Habitation à bonmarché, 이하: HBM)에 대한 제도가 수립되면서, 주거공간의 부족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주택 공급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파리 도시주의 기관인 파리 도시 계획 워크숍 “L'Atelier parisien d'urbanisme” (이하:Apur)의 기사에 따르면, 202011일 기준 파리 사회주택의 비율은 약 21.8%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건설 중이거나 개축 공사가 진행 중인 자금조달형 사회주택까지 더하면 전체 계획된 사회주택의 비율은 약 24.2%에 이른다향후, 해당 기관은 파리의 사회주택 법제도에 의해 2025년까지 주요 거주지 중 사회주택의 25%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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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의 사회주택 가구 수 및 비율_2020.01 [사진=Apur]

 

Apur에서 제공하는 2020년 사회주택 실태조사 데이터에 나타나듯, 공공의 주거복지를 위해 시행된 사회주택은 파리외곽에 집중적으로 실행되었으며, 특정 지역에 보다 많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특히 프랑스 파리의 사회주택은 1960년대와 70년대 파리외곽에 집중적으로 실행되었으며, 그 건축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의 시민들이 도시에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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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소요사태_2005 [사진=Radio France]

 

대표적으로 <2005년 파리 소요사태>로 알려진, 파리 근교 저소득층에 거주하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차별을 이유로 벌어진 무차별 방화 폭동시위를 시작으로,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 시민들이 불평등에 대한 거주환경에 대한 시위로 확장되면서 사회주택의 방향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1차적으로 사회적 시위와 갈등을 생산하는 저소득 계층의 사회 건축을 철거하고 재건축 하는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재건축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 강제로 이주하는 수천명의 시민의 불만과 갈등이 사회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원인이 되면서, 철거를 통해 거주하는 공동체를 와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이에, 2005년 파리 공공건축물 관리국인 ‘Paris Habitat’는, 노후된 사회주택 개선방안에 대해 리모델링을 조건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첫 사회주택 리모델링 프로젝트 공모대상 건축은 1959년 건축인 보이슬 프레트르 타워(Bois-le Prêtre Tower)해당 건축은 프랑스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레이먼드 로페즈(Raymond Lopez)가 설계한 근대 건축의 문화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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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1959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건물은 1990년도에 1차 리모델링을 거쳐 사회주택으로 활용되고 있었으며, 공모 당시 16층 높이의 96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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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Refurbishment 1990)_공사 전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공모에 참여한 라카통과 바살, 해당 공모에서 요구하는 저소득 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오래된 건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하지 않는 리모델링 방식의 디자인을 제안하여 우승했다

 

건축가 듀오는 사회주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실패의 이유에 대해 건축적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그들은 1년 이상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주민과의 교류를 이어갔으며, 직접적 소통을 통해 필요한 공간적 요소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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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외부 3D Image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첫 번째, 대부분의 거주자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권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건축의 행위에서 발생하는 소음, 비산먼지, 그리고 안전문제 때문에 공사 중에 임시로 주거지역을 옮기거나, 그 지역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을 무엇보다 원했으며, 방문조사를 통해 거주하는 공간마다 각자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오래된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양식에 담겨 있는 기능적 한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먼저, 입주자들은 자연 채광과 실내공간의 확장을 원했으며, 커뮤니티 활성을 위한 공유공간 및 문화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내부 면적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과 공간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추가 승강기 설치 등 거주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주민위원회와의 소통을 통해 방법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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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내부 3D Image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파리 공공건축물 관리국은 라카톤과 바살의 리모델링 건축 아이디어에서, 오래된 저소득 사회주택 건축의 제한된 기능을 개선하고, 아파트 임차인에게 현재의 공간을 유지하거나 요구에 따라 교환의 권리까지 제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도시공간에서 기능의 한계에 다다른 모더니즘 건축의 문제에서, 새롭게 개발하는 방식보다, 기존의 건축을 활용하는 리모델링 방법이 경제, 환경, 문화적으로 높은 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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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Balcony Extension Plan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먼저 사용자가 요구하는 공간의 확장을 위해, 외부와 연결된 전면 벽 구조를 해체하여 발코니를 구축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또한 자연채광을 내부로 끌어 들이기 위해 투명창의 면적을 최대로 적용했다

 

이후, 실내 공간의 경계를 형성하는 벽체의 수정을 통해 각 세대마다 사용자가 직접 설계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요구에 적합한 공간을 제안하거나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정적으로 분할되어 있던 세대를 통합 및 재구성 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평면이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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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Floor Plan(Before)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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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Floor Plan(After)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공간의 변화는 각 세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건축의 1층에 자리한 폐쇄적인 출입구의 개선을 통해, 건축의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단절되고 고립된 공간의 분위기를 밝게 전환했다. 이를 통해 건축가는 사회주택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대한 이전의 부정적인 공간 이미지의 변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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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Entrance, 공사 전 & 공사 후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이들의 사회주택 리모델링 프로젝트는무엇보다 주거라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와 장소적 조건을 모두 존중하여 최적의 대안을 마련했다일반적인 건축작업을 형용하는 개발의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그들이 살아온 장소적 권리를 잃거나 피해를 입는 환경에 놓여있다특히 ‘공공, 비영리, 저소득층등과 같은 선입견에서 건축적 계획이 마련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적인 환경을 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치적 및 제도적으로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사용자의 공간적 권리에 대한 배려와 관심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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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공사 중(공간 사용가능)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바살은 리모델링 프로젝트 이후,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If you destroy a building only to replace it with the same thing, then nothing is gained. 

You can see how effective it is to develop an alternative to demolition and new construction.”_Vassal

 

만약 기존의 건축을 철거하고 동일한 목적을 가진 건축으로 대체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철거나 신축에 대한 건축의 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라카통과 바살리모델링 사회건축 프로젝트는 모더니즘의 흉물로 비판받는 건축의 물리적 구조에 대한, 경제적 및 환경적 대안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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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내부, 공사 전 & 공사 후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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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ur Bois le Pretre_파리 시내 전망 [사진=Lacaton & Vassal Studio]

 

 약 6년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건축의 개선을 통해 모든 세대는 파리 시내의 전망을 소유할 수 있는 멋진 발코니 공간을 제공받았으며, 보다 확장된 발코니 공간을 활용한 작은 개인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무엇보다 이전의 거주 공간을 구성했던 생활문화의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에서 공간에 대한 안정적인 적응력과 편안함을 부여하는 장점이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노후 건축의 기능적 한계와 주거 공간을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유사 문제를 보유한 도시건축의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재건축신축을 통해 해당 문제를 대응해왔지만, ‘재구성의 건축적 방법이 보다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라카통과 바살의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인 환경과, 경제,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건축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의 건축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민경훈 (Min Kyeong Hoon)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 미술학사, 동대학원 실내설계 석사, 건축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참여건축과 공간정의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연구했으며,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공간정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사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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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칼럼] 지속가능한 공간을 위한 프랑스 공공임대건축 리모델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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