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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⑧] 사진 찍는 인간, 기록되는 공간
공간은 ‘사는 곳’에서 ‘남기는 장면’이 되었다 퇴근 후 찾은 서울의 한 카페. 사람들은 메뉴판보다 먼저 포토존을 찾고,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몇 번의 포즈와 표정 확인 후, 사진은 곧바로 SNS에 업로드된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조차 알림과 좋아요 숫자에 시선이 빼앗긴다. 이곳의 가구는 더 이상 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위한 소품이 되었다. 공간은 ‘머무는 곳’에서 ‘공유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은 ‘찍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도시에 들어선 카페나 매장을 방문할 때 우리는 먼저 그 장소가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부터 고민한다. 단순히 머무르는 경험보다, 그 경험을 얼마나 잘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울 성수동과 도산공원 일대의 브랜드 팝업스토어, 더현대서울의 인기 있는 팝업 매장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그것은 고객이 그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 프레임 속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대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제시했던 모더니즘 건축의 핵심 개념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원칙마저도 뒤바꾸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의 공간 디자인은 사용자의 실용적 필요와 기능성을 중심으로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SNS의 피드(Feed)가 기능을 대신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를 “형태는 피드를 따른다(Form Follows Feed)“라고 표현하고 싶다. 현대 공간 디자인에서 형태는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얼마나 매력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여질 수 있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사용자 동선이나 사용성보다 먼저 카메라 앵글과 조명, 배경의 색감과 질감을 고려한다. 사용자는 공간을 사유하고 체험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간은 SNS 피드를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기록하는 시대의 도래 그러나 인간만이 공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간을 소비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공간 역시 우리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CCTV와 GPS, RFID, 와이파이 로그 등 현대 도시의 각종 디지털 장치들은 사용자의 동선과 체류시간, 이동 경로를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분석한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다음 행위를 유도하는 데이터 기반의 장치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공간 속에서 기록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데이터가 되어 공간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축적하고 분석하며, 이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사용자의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공간을 기록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간 속에서 기록되는 객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감각과 경험의 축소, 플랫폼 속의 공간 이러한 공간 인식 방식의 전환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를 걸으며 만나는 공간은 더 이상 우연한 발견의 장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장소와 사진에 어울리는 장면만을 선택적으로 소비한다. 이런 공간 소비 방식은 도시 전체를 플랫폼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제한된 프레임 안으로 압축시키고, 결국 도시는 서로 비슷한 공간과 경험으로 가득 차게 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W. Benjamin)이 『사진과 복제 기술의 시대』에서 ‘아우라(Aura)’가 상실되었다고 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대 도시에서 공간은 더 이상 독특한 경험의 장소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이미지의 무대가 되었다. 인간의 공간 경험은 깊이를 잃고, 순간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표면적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 공간의 감각을 다시 회복하려면 이제 우리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디지털 기록과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공간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기록과 공유를 넘어, 공간 그 자체의 의미와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기록의 시대에도 도시는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골목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허용해야 한다. 때로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지도 없이 도시를 걷고, SNS 공유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공간의 감각과 가치를 다시 느낄 필요가 있다.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또한 단지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온전히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기록되는 공간 속에서 다시 한번 ‘머무는 공간’, ‘체험하는 공간’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공간디자인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금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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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인정보 유출과 ESG 전략 방안 제언
최근 SK텔레콤의 악성코드로 인한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 걸쳐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사건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업이 대규모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책임과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은, ESG 경영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 2025년 4월, SK텔레콤의 유심(USIM) 관리 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유출된 정보는 유심 일련번호로 가입자 식별 번호인 IMSI, 단말기 식별 번호 IMEI, 통신사와 HSS가 공유하는 공유키 K 등으로 SIM 카드 복제가 우려되는 정보이며, 그 피해 규모는 2,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 본인인증 등 지극히 사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 인프라 리스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고 직후 시스템 점검과 일부 사실 공개를 통해 대응했지만, 늑장 대응과 늦은 개별 통지, 늦은 대응안 발표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유심 변경을 위한 유심 확보, 교체 방안, 구체적 보상 계획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ESG 관점에서 본 문제의 본질과 대체 불가능 기업의 추가적 책임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세 영역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리스크이다. 우선, 데이터 복구 과정에서 서버 증설과 시스템 점검을 반복하게 되면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디지털 운영조차 환경적 책임을 요구받는 시대에, 사고 복구조차 탄소중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환경책임 이행이 의심받게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인간 존엄성과 직접 연결되는 요소이다. 특히 유심 정보는 금융거래와 본인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심각한 2차 피해(명의도용, 금융사기 등) 가능성을 초래한다. 디지털 인권 보호 실패는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붕괴시키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차원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시장지배적 기업이라면 평상시부터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를 전략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사고 발생 시 이사회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은 일반 민간기업과 다른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 행정, 본인 인증 등 핵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수탁한 기업은 사실상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업에게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공공신뢰 유지와 디지털 사회계약 재구축이라는 시대적 책무가 부여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기업 내부 시스템 개선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신뢰 인프라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략적 대응 방안 제언, ‘디지털 패스트트랙 보상제’ 도입의 필요 이제 기업은 단순히 '복구'를 넘어, ESG 기반 위기관리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우선, 친환경적 데이터 복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Microsoft는 2020년 SolarWinds 공격 이후 보안 인프라를 재구축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적용하고, 데이터 복구 과정의 탄소배출량까지 관리·공시하였다. 이처럼 복구 작업조차 환경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사회적 신뢰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미국의 Capital One은 2019년 약 1억6천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피해자 전원에게 무료 신용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체적 사고 경위를 신속히 공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보호 조치와 투명성이다. 셋째, 이사회 차원의 지배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페이스북(현 Meta Platforms)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감독하는 전담 위원회를 이사회에 설치하고 외부 감사를 의무화했다. 리스크 통제 시스템을 이사회 주도로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상황에 실질적이면서 즉각 도입이 필요한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패스트트랙 보상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상황에서는 USIM 도용으로 발생한 피해를 피해자가 일일이 신고하고 서류를 제출하는 기존의 절차가 아니라, AI 기반의 피해 판정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고 자동화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디지털 사회에 맞는 민첩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이다. 이들 사례와 새로운 제안은 모두, 사고 이후 단순한 복구를 넘어 구조적 ESG 혁신으로 이어진 경우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각의 영역에서 통합적 개혁을 추진해야만,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 ESG로 지속가능한 신뢰를 구축해야 이번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 실패는 곧 ESG 경영 실패를 의미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특히 시장지배적 기업은 환경책임을 수반한 사고 대응,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피해자 구제, 지배구조 차원의 구조적 개혁 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해야 한다. 진정한 ESG 경영은 위기 앞에서 빛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자신들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증명해야 할 때다. 사회와의 새로운 신뢰 계약을 체결하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기술 기반 공간혁신 연구자, 칼럼니스트 AI 기반 공간디자인, 뉴미디어 아트, 공간 산업의 ESG를 연구하고 있다. 홍익대에서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뒤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 업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과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공간디자인 교육의 진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리네아디자인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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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➆] 마인크래프트 무비, 픽셀 속에 담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간
게임에서 영화로, 마인크래프트의 변신 최근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독특한 공간 개념과 무한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표현될 때, 공간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블록으로 만드는 창의적 공간 마인크래프트는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과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이름은 "광산(Mine)"과 "만들다(Craft)"의 합성어로, 플레이어가 직접 광물을 캐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임의 핵심적 특징을 나타낸다. 이 점에서 마인크래프트는 레고(LEGO)와도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레고 역시 사용자가 블록을 조립해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장난감이지만, 물리적 제약 속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무한한 영역 안에서 사용자 상상력의 자유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레고가 정해진 조립 설명서와 실재하는 물성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유도한다면, 마인크래프트는 규칙과 물리적 제약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블록을 쌓고 부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이 독특한 방식 덕분에 게임은 사용자들의 창의성을 무한히 자극한다. 사용자는 정해진 스토리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와 공간을 창조하며, 이 과정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을 하고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던지는 질문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블록을 조작하고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였다면, 영화에서는 그 능동성을 내려놓고 타인이 창조한 세계를 따라가야 한다. 자유롭게 개입하던 공간이 서사를 따라 관람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공간 그 자체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게임에서는 공간이 순간순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생성되지만, 영화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이 변하고, 등장인물의 이동과 사건을 통해 공간에 시간성이 덧입혀진다. 이러한 시간적 전개는 공간에 '서사성'을 부여한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강조한 '행위(action)'와 '이야기(storytelling)'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를 획득하고,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역시, 정지된 블록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과 감정이 흐르는 시간의 차원 위에서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완성된다. 공간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정체성과 서사를 매개하는 적극적 주체로 재구성된다.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픽셀화된 큐브만으로 구성된 세상 속에 큐브가 아닌 사람의 형상이 등장하면서 생기는 이질감이다. 이 점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différance)' 개념과 연결된다. 데리다는 모든 의미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의미와의 차이(difference)와 완전한 의미 도달의 보류(deferment)를 통해 끊임없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큐브로 통일된 세계에서 인간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세계의 의미는 흔들리고 재정의된다. 게임 속 균질했던 세계는 영화에서 이질적인 요소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한 현실 세계와의 유사성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성찰과 질문을 제기한다. 관객은 스스로 블록을 쌓지 않더라도 블록 하나하나의 상징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질적 존재의 등장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다시 탐구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공간의 능동성과 서사의 수동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몰입'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 사이를 연결하는 전이 공간의 의미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는 현실 세계와 마인크래프트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로 '지배의 오브’와 ‘대지 수정’이'라는 열쇠와 그것의 결합을 통해 열리는 '포털'이 등장한다. 이 설정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굴이나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설정을 연상시킨다. 열쇠와 문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전이 공간(transition space)'을 열어주는 매개체다. 철학적으로 볼 때, 열쇠와 문은 "존재의 경계"를 넘는 행위를 상징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 존재를 '세계-내-존재'로 규정하며, 존재란 항상 세계 안에서 열리고, 그 경계를 인식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속 포털은 기존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의미 체계와 경험이 열리는 공간적, 존재론적 '틈'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이 공간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시간과 공간, 정체성의 전환을 의미한다. 관객은 포털을 통과함으로써 일상적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와, 규칙과 질서가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는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가 단순히 픽셀 블록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내-존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블록이 주는 공간 디자인의 영감, 픽셀로 그려지는 공간의 미래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간단한 픽셀 블록으로도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실의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도 점차 디지털 기술과 가상현실이 접목되는 오늘날, 마인크래프트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 디자인 방식은 많은 영감을 준다. 블록 형태의 단순함이 가진 창의적 가능성은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마인크래프트가 게임을 넘어 영화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공간 개념은 더욱 넓고 깊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마인크래프트는 우리에게 가상공간이 단지 현실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탐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가상공간의 발전과 함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콘텐츠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공간 경험을 변화시킬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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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⑥]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순간 소비’ 공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경험을 소비하고 기록하며, 공간을 일상의 배경이 아닌 콘텐츠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공간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촬영하고 공유하고, 곧바로 이동하는 ‘순간 소비’의 무대다.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공간의 존재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선호하는 ‘순간 소비형 공간’은 어떤 특징을 가지며, 공간디자인은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까? *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는 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타블릿 등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그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순간 소비를 부르는 공간의 특성 디지털 네이티브는 공간을 ‘체류’가 아닌 ‘경험’으로 소비한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전시, 영상 속 한 장면을 위해 설계된 카페, 리포스팅과 공유를 위해 디자인된 팝업 공간 등은 모두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공간 소비를 상징한다. 공간은 브랜드의 철학이나 기능보다, 촬영각도, 색감, 구조의 독특함 등 ‘기록성’에 따라 선택된다. 전라북도 완주의 한옥마을에 위치한 고택과 카페는 BTS의 방문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조용한 아름다움과 정제된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공간으로 소비되며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었다. 이처럼 전통적 맥락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은 순간적인 방문과 기록의 대상이 되며, 기존의 콘텐츠 중심 소비 흐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또한 미국 뉴욕 더 브로드 현대미술관의 ‘인피니티미러룸(Infinity Mirrored Room)’은 거울로 둘러싸인 구조로 인해 SNS에서 수백만 건 이상 공유되며 세계적인 팝업 공간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특히, SNS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순간 공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차별화된 공간은 더 많이 노출되고 소비된다. 결국 공간은 정체성과 기능보다는 경험성과 가시성에 따라 생존하게 되는 셈이다. 디자인 전략의 변화: 경험을 위한 연출, 사라짐을 위한 설계 순간 소비형 공간은 오래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강렬하게 소비되기 위해, 철저히 이벤트성과 이동성을 고려해 설계된다. 서울 성수동은 명품 브랜드와 예술문화 팝업전시가 밀집된 지역으로,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짧은 기간 동안 감각적 팝업스토어를 열어 SNS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독립 예술가들이 전시와 체험을 결합한 이동형 전시장을 통해 공간을 예술 콘텐츠로 소비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라지기 위해 설계된 공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공간은 ‘컨텐츠화’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색채, 조명, 반사 재료,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은 모두 촬영 결과를 고려하여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시뮬레이션이나 가상공간 테스트는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고, 최적의 연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된다. 백화점의 변신과 팝업스토어의 재정의: 더현대서울의 사례 전통적인 백화점의 역할 변화 속에서 더현대서울은 공간, 브랜드, 소비자 경험을 재설계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여가 시간과 감성을 사로잡는 ‘설레는 공간’으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다. 더현대서울은 여의도라는 도심 거주인구가 적은 입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MD 구성과 트렌디한 팝업 콘텐츠 전략을 도입했다. 특히 지하 2층은 젊은 세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로 탈바꿈했으며, 이곳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하는 팝업스토어다. 브랜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고, 그 콘텐츠가 SNS 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도록 유도된다. 특히 슬램덩크, 블랙핑크 지수 등 화제성 높은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는 젊은 세대의 ‘기다림’을 콘텐츠로 전환하고, 팝업 그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기억될 경험’이 되도록 한다. 더현대서울의 팝업 전략은 공간이 단순히 임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실험의 장이며 소비자 소통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매출 연동 수수료 기반의 상생 모델과 바이어의 적극적인 브랜드 발굴 경쟁 구조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 운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공간은 고객에게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브랜드에게는 시장 테스트와 팬덤 확장의 기회를, 백화점에게는 활력과 유입을 제공하며 삼자 간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결국, 더현대서울이 보여주는 사례는 팝업스토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백화점의 미래 전략이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감성 소비’를 반영하는 새로운 도시 경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순간 소비의 그림자와 지속 가능한 대안 순간 소비형 공간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짧은 주기로 설치되고 해체되는 구조물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과도한 조명과 에너지 소비는 탄소 배출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팝업 공간은 ESG 경영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화려한 공간 연출은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폐기와 자원 소모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하여 일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재조립 가능한 모듈형 구조, 폐기물 최소화를 고려한 설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일부 팝업 공간에 재활용 가능한 구조물과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회성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운영 전략도 실험 중이다. 팝업스토어 후 남는 자재를 지역사회 전시나 공공 프로젝트에 재사용하는 순환 설계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아모레 성수'에서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테마로 한 '아모레리사이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이 팝업스토어는 성수동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타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사용된 가구를 수거해 재활용 소재로 활용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설치물과 친환경 브랜드 전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소비와 순환의 가치를 제안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무엇을 말하는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기능보다는 관계, 체류보다는 이동, 건축보다는 콘텐츠 중심의 문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간디자인이 반드시 물리적 구조물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들은 공간을 '경험의 장면'으로 소비하며, 공유와 확산, 참여와 재해석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 소비 방식은 자칫 공간의 일회성, 자원 낭비, 감각의 피로도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공간 소비를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간 소비자 스스로가 팝업 공간의 제작 과정이나 지속가능한 재료 사용 여부에 대해 정보를 얻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공간의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형 디자인을 확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재사용 가능한 콘텐츠형 공간 모듈 등의 개발도 고려해볼 수 있다. 순간 소비형 공간은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공간을 빠르게 소비하고 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공간을 이미지로, 경험으로, SNS 속 콘텐츠로 남긴다. 이들이 남긴 ‘순간’은 또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이며 공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기록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 공간은 감성을 이해하고 기억을 설계하며, 순간을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선택하는 공간은 단순히 트렌디한 장소가 아니라, 감각의 언어이자, 감성의 플랫폼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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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⑤] 감성을 배우는 AI, 공간을 창조하는 인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가 공간디자인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 인간의 감성을 반영하는 환경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의 공간 설계는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인간의 감성적 요소까지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감성을 어떻게 배우고,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I, 감성을 배우다: 인간 경험의 디지털화 AI는 인간의 감성을 학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멀티모달 감정 인식 기술은 AI가 얼굴 표정, 음성 톤, 생체 신호 등을 동시에 분석하여 감정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UNIST 연구팀(김지윤 교수)은 얼굴 근육과 음성을 동시에 분석하는 AI를 개발하여 인간의 감정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ffective Computing(인공감성지능)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적절한 반응을 제공하는 기술로, 헬스케어, 심리 상담, 교육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감정 인식 AI를 연구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감성 인식 AI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AI가 학생의 표정과 음성 톤을 분석하여 학습 집중도를 평가하고, 학생의 정서 상태에 따라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학습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AI가 즉각적으로 학습 환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도 감정 인식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감정 인식 차량 컨트롤 기술은 AI가 운전자의 심박수, 얼굴 표정, 음성 변화를 분석하여 운전자의 감정이 격해지거나 스트레스가 높아져 위험해지는 상황을 감지하면, 즉시 차량의 제어권을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넘겨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도로 안전성을 높이고, 운전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운전자의 감정 상태와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음악, 온도, 조명 등 차량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감성 주행이 가능하게 한다. 공간 디자인에서도 AI는 인간 감성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teamLab 유니버스는 특정 공간에서 사용자의 행동과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공간 내 환경(조명, 소리, 온도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감성적 공간 경험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협력하여 더욱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의 감성 학습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감성 인식 AI는 교육, 자율주행,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감성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결국, AI와 인간의 협업이 공간과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AI와 인간의 협업: 공간을 창조하다. AI가 감성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인간과 AI의 협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간디자인의 미래는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분석력이 결합될 때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AI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공간을 가상으로 재현하고, 다양한 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AI 기반 공간 모델링은 영화와 건축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공간 구성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미디어 아티스트 Refik Anadol은 AI를 활용하여 데이터 기반 예술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건축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여 감각적인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며,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일본의 디지털 아트 그룹 teamLab 또한 AI와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과 공간이 융합된 독창적인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 특히, 도쿄의 teamLab Borderless와 teamLab Planets는 디지털 프로젝션과 AI 기반 센서를 이용하여 방문자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공간을 구현했다. 두바이의 레스토랑 크라소타(KRASOTA), 일본의 레스토랑 문플라워 사가야 긴자(MoonFlower Sagaya Ginza)는 AI를 활용하여 요리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연출하며, 식사하는 동안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몰입형 다이닝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감성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 시티와 AI의 역할: 하이퍼리좀(Hyper-Rhizome) 도시의 가능성 일본 토요타가 개발 중인 '우븐시티(Woven City)'는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를 결합하여 도시의 모든 요소가 연결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 모델이다. 스마트 시티는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인간 중심적이고 관계적인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하이퍼리좀(Hyper-Rhizome) 시티 모델과도 연결될 수 있다. 하이퍼리좀 개념은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의 리좀(Rhizome)철학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도시가 고정된 중심 없이 다중적인 연결망을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시스템임을 의미한다. AI는 하이퍼리좀적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AI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도심의 교통 흐름을 조정하고,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계해 이동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자동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등,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최적화되는 네트워크형 공간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이 보다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스마트 시티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변화하는 사회적·환경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형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중심의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AI는 스마트 시티에서 단순히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넘어, 시민들의 정서적 요구를 분석하고 이에 반응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도시 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으로 시민들의 감정 데이터를 분석하여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지역에 힐링 공간을 조성하거나, 공원과 광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조명과 음악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 시대, 인간 중심 공간디자인의 방향 AI가 공간디자인을 주도하는 시대에도, 우리는 공간이 인간 중심적인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개별 사용자의 정서와 신체 반응을 반영하는 맞춤형 공간이 구현되어야 하며, AI가 학습한 감성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 또한, 다중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공간이 조성되고, AI와 인간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인간의 '거주(Dwelling)'와 연결된 존재의 장(場)으로 보았다. AI 기반 공간디자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인간의 삶을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는 공간을 정적인 형태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유기적인 환경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은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인간 중심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이 공진화(共進化)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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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④] 지속가능한 공간디자인 교육, 생성형 AI와 함께 재편되다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생성형 AI는 새로운 이미지, 텍스트, 3D 모델, 음악 등을 직접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 기술로는 텍스트 기반 AI인 GPT, 이미지 생성 AI인 DALL·E, Stable Diffusion, Midjourney 등이 있으며, 공간디자인 분야에서도 그 활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간디자인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공간 배치를 생성하거나,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즉시 도출하며, 건축 요소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디자이너는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글로벌 디자인 교육의 변화 해외 주요 대학과 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디자인 교육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교육 기관과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학생들과 실무자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창의성과 데이터 기반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디자인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디자인 도구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디자인 대학 최근 전 세계 디자인 대학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수작업 중심 설계 과정을 혁신하며, 학생들이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 기반 디자인 툴을 활용하면 수십 가지의 디자인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다양한 스타일과 공간 배치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실험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는 Certificate Course in AI Design를 통해 디자인 전문가, 학생, AI도구를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하려는 사람들에게 생성형 AI의 기본 개념부터 실무 적용까지 아우르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AI가 생성한 디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AI 모델이 제안하는 다양한 공간 레이아웃과 색상 조합을 활용하여 보다 최적화된 디자인을 도출하는 법을 배운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활용한 AI 기반 디자인 교육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AI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AI가 초기 디자인 시안을 생성하면, 학생들은 이를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며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운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교육이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창의적 사고와 데이터 기반 설계를 학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디자인 교육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기업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실무 환경에 AI 기반 설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디자인 회사들은 AI를 활용한 디자인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직원들이 최신 AI 도구를 익히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는 AI 기반 디자인 프로세스를 실무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레이아웃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직원들은 AI가 제공하는 설계안을 평가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글로벌 기업에서는 사내 AI 연구소를 설립하여 디자인과 AI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사내 AI 강화를 위해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신설했으며, 세계적인 AI 분야 권위자들과 함께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윤리적 사용과 새로운 저작권 문제의 대두 생성형 AI가 디자인 산업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저작권 문제와 윤리적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I가 기존 디자인과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법적 분쟁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대학에서는 생성형 AI의 윤리적 활용과 지적 재산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기존 창작물과 얼마나 차별화되는지를 분석하고, 저작권법 및 데이터 윤리에 대한 학습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AI가 만들어낸 디자인이 독창성을 가지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습을 포함한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철저히 관리하고, 저작권이 있는 디자인이 무단으로 AI 모델에 반영되지 않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결과물의 창작 기여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수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가 디자인 교육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의 공간디자인 교육,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과거의 공간디자인 교육은 주로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여, 손으로 스케치를 그리고, 도면을 작성하며, 실물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공간디자인 교육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AI 및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한 설계 능력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간을 최적화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공간 활용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설계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AI와 협업하는 방식, 데이터 기반 분석, 실시간 시뮬레이션, 디지털 윤리 교육 등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1) AI와 협업하는 교육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디자인이 전적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경험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AI가 디자인 과정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배치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며,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전적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경험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AI가 디자인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배치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교육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선택을 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디자이너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디자인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AI 기반 설계 도구를 활용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전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다. (2) 코딩과 데이터 분석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존의 공간디자인 교육은 형태와 미적 요소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데이터 기반의 설계가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간 내 인구 밀도, 조명 배치, 공기 흐름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여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과 프로그래밍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공간디자이너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설계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 및 코딩 교육이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축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공간 활용도를 최적화하는 실습 과정도 요구되고 있다. (3) 사용자의 언어 능력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AI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AI에게 명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언어적 표현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학생들은 텍스트 기반 AI를 활용한 설계 방법을 익히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협업이 증가함에 따라 다국적 팀과 협력할 수 있도록 외국어 능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4) 디지털 윤리와 지속가능성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소재와 에너지 효율적인 설계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이 교육에 포함되어야 하며, AI의 저작권 문제와 데이터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 교육도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전까지 공간디자인 교육에서 지속가능성은 선택적인 주제였지만, 현재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와 에너지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또한, AI가 생성하는 디자인의 저작권 문제와 데이터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과정에서 데이터 편향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공간 설계를 위한 AI 활용 방안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공간디자인 교육의 미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디자인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공간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한 설계자가 아니라, AI와 협업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간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I가 디자인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시대에서 디자이너들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공간디자인을 배우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과 실무의 변화 속에서, 미래의 공간디자이너는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공간디자인을 배우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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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⑦] 노르하운(Nordhavn),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5분 거리 도시’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진정한 녹색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014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된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불과 20년 만에 생태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중심에 노르하운(Nordhavn)이 있다. 과거 산업 항구였던 노르하운(Nordhavn)은 축구장 625개 규모의 부지에 5분 도시(5-Minute City) 개념을 도입해 복합 용도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노르하운은 한때 코펜하겐의 크루즈선 및 항만 물류의 중심지였으나 도시의 성장에 따라 통근 수요가 급증하며 교통 시스템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코펜하겐은 도시를 외곽이 아닌 중심부로 확장하는 내향적 성장 전략을 선택했고, 그 중심에 노르하운 개발이 있다. 노르하운 개발은 2007년 코펜하겐 하운 지역과 외레스타드 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된 도시 개발 회사 ‘바이 앤 하운(By & Havn)’의 자회사인 ‘코펜하겐 말뫼 항(Copenhagen Malmö Port)’이 주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 인증제도인 DGNB 시스템에서 ‘골드’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신도시 개발 사례로, 생태적 기준뿐 아니라 경제적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 인증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장기적인 관리 가능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노르하운은 태양열 에너지, 빗물 재활용, 친환경 교통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녹색 도시로 변모했다. 지하철 노선, 풍부한 자전거 도로, 넓은 보행자 전용 공간은 자동차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환되었다. 이 도시 전략은 주민들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5분 이내에 주요 시설에 접근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속 가능한 사람 중심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주거, 상업,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근거리 내에 통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응집력을 높이고 24시간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통근 필요성을 줄여 탄소 배출을 감소시켰고 녹지 공간과 해안 활동, 산책로 등은 주민삶을 향상시키고 소통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 주민의 일상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기업, 소매점, 생활 서비스가 도보권에 집중 배치되어 이동 거리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한 노르하운은 스마트 시티 기술을 활용해 교통 관리, 폐기물 처리,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운영 등에서 전반적인 도시 회복력을 강화했다.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와 에너지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노르하운의 탄소 발자국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대기질 개선과 환경적 영향의 감소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디자인 원칙을 통해 지역 주민들 간의 강한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공동체 중심의 접근 방식은 응집력 있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노르하운은 도시 계획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번영은 물론 사회적 결속력과 주민 삶의 질 향상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은 경제 성장 촉진뿐만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업가 정신 확산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경제적 활력은 지역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 과거 산업과 물류의 중심지였던 항만 지역은 이제 주거, 업무, 문화 기능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복합 도시로 재탄생했다. 이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통합, 경제적 효율성을 고루 반영하는 새로운 도시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노르하운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코펜하겐 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노르하운은 이 목표 실현의 선도 사례로 기획되었다. 이에 따라 교통, 에너지, 건축 등 도시 시스템 전반에 친환경 기술과 설계를 적용했다. 교통 측면에서는 보행자 및 자전거 중심의 이동 환경을 조성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화해 자동차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는 일상적인 이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높은 자립성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건물에는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단열재가 설치되어 있으며 해수 냉난방 시스템과 지역 난방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했다. 이 같은 기술적 요소는 도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노르하운은 환경과의 조화도 중시했다. 기존 수변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재생하는 방식으로 도시가 설계되었고, 자연 침투형 포장재를 통해 빗물의 자연 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다양한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생태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지속 가능성 또한 노르하운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도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이들의 의견은 실제 공간 구성과 커뮤니티 중심 시설 설계에 적극 반영되었다. 공유 정원과 커뮤니티 센터 등은 주민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도시 내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1918년에 지어진 창고형 건물인 아우도 하우스(Audo House)는 현재 부티크 호텔, 콘셉트 스토어,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길 건너편에 위치한 식품 슈퍼마켓 MENY는 과거 총기 제조 공장이었던 공간을 재활용한 예이다. 이 건물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벽, 창문, 천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식품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인근의 더 사일로(The Silo) 역시 과거 곡물 저장고였던 거친 철판 외관을 유지한 채, 현재는 17층 고급 주거용 건물과 레스토랑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르하운은 기존 산업 인프라와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까지 고려했다. 기존 건물의 구조를 보존하며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거나, 자재를 해체해 다른 건축물에 재사용하는 전략은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노르하운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조화롭게 실현한 도시 개발 모델이다. 도시 재생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이 사례는, 전 세계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고민하는 도시들에게 실질적인 영감을 주고 있다.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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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⑦] 노르하운(Nordhavn),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5분 거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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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문(姜倩雯)의 환경기호학 ①] 기후 위기: 2024년의 경고와 인류의 선택
- 물러설 곳 없는 기후 위기 앞에서 인류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산불과 홍수, 가뭄, 생물 다양성의 붕괴, 플라스틱 오염 등의 심각한 환경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특정 국가나 세대의 문제를 넘어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보편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칼럼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복합적인 문제들을 짚고,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자 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했다. 1.5°C를 넘은 지구 기후 재앙의 서막 2024년은 인류가 기후 위기의 임계점을 처음으로 넘긴 해로 기록됐다.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이 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C 상승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C 목표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이는 2023년보다 0.12°C 높은 수치로 기후 변화가 더 이상 예측이나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현실 속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4년의 평균 지표면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으며, 해수면 온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지구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단지 통계상의 수치에 머물지 않았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잇따랐다. 2025년 4월, 미국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해당 홍수의 강도는 9%, 발생 빈도는 40%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이는 명백히 기후 변화의 영향임을 지적했다. 이어 2025년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약 18만 명의 대피와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전문가들은 2024년의 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산불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2024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422ppm에 달하며 전년보다 2.9ppm 상승,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역시 각각 1,897ppb와 336ppb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붕괴시키며,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를 끌어올려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강수 패턴 변화 등 다양한 기후 이상 현상을 초래한다. 특히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2024년 유럽의 평균 기온은 10.69°C로, 1991~2020년 평균 대비 1.47°C 높았으며 이는 유럽 역사상 가장 높은 연평균 기온이다. 이러한 수치는 유럽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뜨거워진 지구, 차가운 경고 기후 위기는 단지 현재 세대의 문제가 아닌, 미래 세대에게 더욱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중대한 위협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최대 92%가 생애 동안 극심한 폭염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 평균 기온이 3°C 이상 상승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정의와 형평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기후 재난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 기후 위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지구 표면의 약 24%에서 연간 평균 기온이 지역별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33억 명이 국지적인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했다는 의미한다. 2024년에는 산불로 인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전년 대비 3.6ppm 증가했으며, 이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증가 허용치(1.8ppm)의 두 배에 해당한다. 남극에서는 2024년 7월 중순,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28°C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인 열파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해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인 사이먼 스틸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이 3°C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환경 및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추세는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뿐 아니라 산불 등 자연 현상, 그리고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전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책무이기도 하다. 기후 악순환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대기 중에 남아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은 해양과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지만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적 기후 요인에 따라 그 흡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식생이 위축되고 산불이 빈번해져 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자연의 탄소 흡수원이 기후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3년 사이 장수명 온실가스(대기 중에서 수명이 매우 길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머무르며 지구온난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에 의한 복사 강제력, 즉 지구를 따뜻하게 만드는 영향력은 무려 51.5% 증가했으며 이 중 81%가 이산화탄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수백 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도 현재의 온난화 추세는 수십 년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온도 상승이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아마존 열대 우림, 산호초, 영구 동토층, 해양 순환 등 주요 생태계가 1.5°C 상승 수준에서 이미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며,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을 향한 행동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의 길 2024년 기록적인 온도 상승은 인류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경고하는 신호이지만, 아직 희망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위해 각국 간 협력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주요 기구들은 전력, 운송, 산업, 농업 등 고탄소 배출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탄소 가격 책정과 정책 조율을 통해 국제적인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각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전력화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사용의 상당 부분을 전기로 전환하며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리파워이유(REPowerEU)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고, 태양광 패널 설치와 열펌프 보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태양광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과 자립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금융 분야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COP29)에서는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재난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은 화석 연료 생산국과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기후 금융 행동 기금을 설립해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서는 지역 사회가 직접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경제 성장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조화시키는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며, 아프리카 대륙 내 수많은 인구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받도록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기후 위기는 거대한 도전이지만, 전 세계가 협력하고 각국 정부와 시민, 기업이 행동에 나선다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2025년은 그 경고음 속에서도 행동을 통한 희망이 가능함을 일깨워주는 해이다. 지금은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에 동참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 Deena Robinson,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15 Biggest Environmental Problems of 2025, Jan 9th 2025, earth.org, https://earth.org/the-biggest-environmental-problems-of-our-lifetime/ 2.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The Tipping Points of Climate Change: How Will Our World Change?, https://earth.org/tipping-points-of-climate-change/, earth.org, Jan 11th 2024 3.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surge again to new record in 2023, 28 October 2024, world meteoroligical, organization,28 October 2024 https://wmo.int/media/news/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again-new-record-2023?utm_source=chatgpt.com 4. World Breaches 1.5c global warming target for first time in 2024,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fd914266-71bf-4317-9fdc-44b55acb52f6?utm_source=chatgpt.com 5. Maxwell Akalaare AdombilaandColleen Goko, South Africa calls for affordable, balanced energy transition, Reuters, May 13, 2025 https://www.reuters.com/sustainability/climate-energy/south-africa-calls-affordable-balanced-energy-transition-2025-05-13/?utm_source=chatgpt.com 6. Constance Malleret, ‘A future on our terms’: how community energy is lighting up Latin America, The Guardian, 8 May 2025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5/may/08/latin-america-community-energy-indigenous-lighting-electricity-solar-pollution-diesel-just-transition?utm_source=chatgpt.com 덧붙이는글 I 강청문 / 姜倩雯 / JIANG, QIANWEN 강천문은 중국 광저우미술학원에서 전시예술디자인 전공으로 학사 및 디자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가상현실 박물관의 공간 인지 특성 연구》이다. 현재 한국ESG위원회 전시공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전시 디자인, 가상현실 기술 및 문화 공간의 융합적 응용이며, ESG 분야의 혁신적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 디자인의 융합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KCI 논문 1편과 EI 컨퍼런스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주요 연구 방향은 문화유산 전시에 있어서 VR/AR 기술의 창의적 응용,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 체험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지속 가능한 전시 재료 개발, 그리고 ESG 이념에 기반한 지능형 전시 공간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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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문(姜倩雯)의 환경기호학 ①] 기후 위기: 2024년의 경고와 인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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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苗菁菁)의 ESG건축 칼럼 ⑥] 랭커셔주에 위치한 그림쇼의 에덴 프로젝트(Grimshaw's Eden Project)
- 에덴 프로젝트(The Eden Project)는 영국 콘월(Cornwall)의 버려진 점토 채석장을 세계적인 생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생태 복원, 지속 가능성, 교육, 예술, 건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인 공간으로 발전해왔다. 1996년, 팀 스밋(Tim Smit)과 조나단 볼(Jonathan Ball)에 의해 처음 구상되었고, 1998년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01년 3월에 문을 열었고, 채석장은 약 2년 반의 노력 끝에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거대한 반구형 온실인 ‘바이옴(Biome)’이다. 이 곳에서는 열대우림과 지중해 기후를 인공적으로 구현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열대우림 바이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열대 환경으로, 바나나, 커피, 고무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지중해 바이옴은 올리브, 포도나무, 허브류 등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중심이 된다. 또한, 야외 정원에서는 다양한 온대 지역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고, 차나 라벤더와 같은 실용 식물도 전시된다. 이 외에도 조형 예술이 에덴 프로젝트 곳곳에서 전시되어 있으며, '위맨(WEEEMan)'과 같은 작품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건축 면에서도 혁신적입니다. 바이옴은 가볍고 투명한 ETFE 소재로 만들어져 자연광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는 자연의 진화 과정을 모방한 생체모방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05년에는 교육 및 전시 공간인 '더 코어(The Core)'가 개장했으며, 이곳은 식물의 생장 원리를 본뜬 나선형 구조로 설계되어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더 코어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배움의 장을 제공한다. 에덴 프로젝트는 환경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운영된다. 바이옴의 습도 유지와 화장실 용수는 현장에서 고인 빗물을 정화하여 사용하고, 친환경 전력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2010년에는 지열 발전소를 건설해 자체 전력뿐만 아니라 인근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에덴 프로젝트는 문화 행사와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 007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의 촬영지로 사용되었고, 아프리카 콜링(Africa Calling) 콘서트와 세계 파스티 챔피언십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며,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였다. 이로 인해 콘월 지역 경제에도 10억 파운드 이상의 기여를 하였다. 에덴 프로젝트는 그 영향력을 영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영국 모어캠브에서는 해양 생태계를 주제로 한 '에덴 프로젝트 노스(Eden Project North)'가 준비 중에 있으며, 중국 칭다오에서는 물을 주제로 한 ‘스톰 포레스트 바이옴(Storm Forest Biome)’이 착공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확장은 에덴 프로젝트가 지역적 사례를 넘어서 세계적인 지속 가능성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에덴 프로젝트는 산업 폐허에서 자연을 배우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공간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과 인간이 바람직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색하며, 세대 간 자연에 대한 존중과 감탄을 나누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자 문화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archdaily.com/976162/grimshaws-eden-project-north-in-lancashire-receives-planning-approval?ad_campaign=normal-tag https://www.thevalleycornwall.co.uk/news/6-facts-eden-project/ https://neverenougharchitecture.com/project/edenproject/ https://www.visitcornwall.com/things-to-do/gardens/eden-project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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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苗菁菁)의 ESG건축 칼럼 ⑥] 랭커셔주에 위치한 그림쇼의 에덴 프로젝트(Grimshaw's Ede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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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재료로, 경도, 취성, 내열성, 내식성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50%가 녹지로 덮여 있는 '정원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자국 농산물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 소비의 약 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소는 인접 국가에서 수입되며,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량 의존 국가이다. 이와 같은 위기는 싱가포르가 자국 내 농업을 적극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로, 인구와 토지의 불균형이 심각해 넓은 면적이 필요한 전통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좁은 면적에서도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는 첨단 농업 방식, 즉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을 선택하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 기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기술은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싱가포르는 열대 지역에 위치해 햇빛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간과 햇빛의 이용을 극대화했다. 농업용 토지가 부족한 싱가포르에서 수직 농장은 고층 건물의 옥상을 이용한 고기술 농업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 옥상에는 꽃이나 잔디 대신 농장이 들어서 있으며, 수경재배나 어·식물 복합 양식(Aquaponics)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싱가포르의 많은 고층 건물들은 이미 수직 농장으로 전환되었다. 표 1 싱가포르 정부 허가 수직농장 7곳 현황 비교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을 상업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부터 수직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는 최초로 상업적 검증을 마친 수직농장이 등장했다. 현재 정부의 인정을 받은 7개의 수직농장이 채소, 어류, 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밀폐된 기술 환경과 24시간 조명, 조절 가능한 습도를 통해 전통 농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균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농장의 규모에 따라 판매 방식이나 관광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생산량은 510배, 수산물은 1,020배까지 증가한다. 싱가포르의 수직 농업은 고품질, 고수익 생산 방식이 농업 수익뿐 아니라 관광, 경관 문화 정보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수직 농업 기술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을 충분히 활용한 점이다. 국토 면적은 710㎢에 불과하고 경작지는 약 250에이커(약 101헥타르)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 가격이 비싼 싱가포르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수직 농업이다. 싱가포르 Sky Greens 수직 농장은 200 Lim Chu Kang Lane 3 Singapore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0,600㎡이다. 이 농장은 엔지니어 잭 응(Jack Ng)이 싱가포르 농식품수의국(AV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회사다. Sky Greens의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A-Go-Gro’ 재배 시스템이다. 이 수직 재배 시스템은 약 6미터 높이의 A자형 재배 타워를 사용한다. 1) 이 기술의 독특한 점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햇빛을 직접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재배 타워에는 22~26개의 재배 트레이가 있으며, 알루미늄 프레임을 따라 재배 트레이가 초당 1mm 속도로 천천히 회전한다. 8시간에 한 바퀴를 돌며 각 층의 트레이가 회전하기 때문에 모든 채소가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위쪽의 채소는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온도가 높고, 가장 아래쪽은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 온도 차이가 채소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트레이의 회전은 전력이 아니라 수력 시스템으로 구동되며, 빗물을 모아 동력을 제공하고 필터링을 거친 물은 다시 관개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 저탄소 설계 시스템은 소비 전력이 단 60와트 전구 하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 ‘A-Go-Gro’ 시스템은 전통 농업보다 5배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며, 배추,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청경채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채소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성장시키며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이 풍부한 기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작물 재배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통 농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LED 조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 중이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의 식물 재배 기술은 무토양 재배 방식으로, 수경재배(hydroponics)와 기질재배(substrate cultivation) 방식을 사용하며, 햇빛을 이용하여 채소가 더 잘 자라도록 하고, 빗물을 수집해 재활용한다. 또한, Sky Greens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통해 유리 외벽을 활용하여 모든 채소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층의 재배 트레이는 프레임을 따라 회전하여 최상단과 최하단의 채소 모두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바닥은 청소가 쉽고 균이 자라기 어려운 저렴한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열을 고르게 받아 채소 생장에도 유리하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도심에 위치해 있어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건물 외형은 직육면체 형태로, 더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작물 생장에 유리하다. 공간 구성은 A-Go-Gro 시스템의 회전 트레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르게 빛과 공기를 공급하고 물을 주는 조건이 유지된다. 이 시스템은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전통 농업보다 훨씬 높다. 에너지 소비는 낮고, 자연광을 활용하며 인공조명이 필요 없다. 물 사용량도 적고, 식물은 빗물을 통해 관수와 비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물 낭비와 전력 낭비가 없다. 1.7톤에 달하는 수직 구조물의 회전에 필요한 물은 단 0.5리터이며, 물은 밀폐된 지하 저장고에서 회수되고 재활용된다. Sky Greens는 학습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여 학생들과 일반 방문객이 견학하고 배울 수 있도록 1층에 교육 공간을 배치하였다. 2011년 6월 싱가포르 개발부(2MND)가 주최한 도시 지속가능 개발 연구 대회에서 AVA와 함께 ‘수직 농업 연구개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싱가포르의 도시 식량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녹색 솔루션으로, Sky Greens는 세계 최초의 저탄소 수력 구동 수직 농업 시스템의 창시자이자 건설자임을 입증하였다. 참고자료1) https://zhuanlan.zhihu.com/p/20779197/ 2) https://baijiahao.baidu.com/s?id=1728282846441524008&wfr=spider&for=pc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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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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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④]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
-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경도, 취성, 내열성 및 내식성을 갖춘 다양한 재료를 지칭한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 세라믹은 경제, 예술 및 문화유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매개체로서도 기능하고 있다.2)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세라믹은 사회적 생산 및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소재이며, 그 적용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세라믹의 생산, 사용 및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자원 남용과 낭비, 에너지 낭비, 기후 변화, 환경 오염, 폐기물 배출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유럽에서는 세라믹 산업의 각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7%에 달하며, 이는 매년 수백만 톤의 세라믹 폐자재가 매립되고 있음을 의미한다.3) 이러한 고체 폐기물은 대량의 토지 자원과 석탄 등의 에너지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4) 전반적으로 세라믹 산업은 높은 생산 가치와 높은 에너지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주요 산업 온실가스 배출 분야 중 하나이다. 이수경(Yeesookyung)은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폐기된 작품들을 사용하여, 세라믹 조각들을 접착제와 금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였다. 그녀는 버려진 사물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모든 기존 사물의 본래 모습을 중시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세라믹 폐자재 조각을 활용하여 창작되었으며,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과 환경 보호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성 공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소성 과정에서의 자원 소모와 환경 영향을 감소시켰다. 세라믹 폐자재를 활용한 이 도예 작품은 쓰레기 예술(JUNK ART)의 미학적, 기능적 가치를 보여주며, 환경 보호 개념의 확산과 세라믹, 환경,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진하고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세라믹 예술 작품은 전통 세라믹 작품에서 발생한 세라믹 폐자재를 현대 예술 기법과 결합하여, 현대적 미감을 반영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는 한국의 세라믹 문화를 전승함과 동시에 문화의 혁신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시대 및 재료에 대한 고찰을 반영하며, 본토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한다.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국내외 전시회에서 선보여졌으며, 전 세계 관객에게 세라믹 폐자재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는 강한 교육적 의미를 지니며, 대중이 예술과 환경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은 창작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 이념을 공개하였으며,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성공 사례는 다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관련 기관 및 환경 단체에 유용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며, 대중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창작 방식을 채택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시카고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서울미술관 등 세계적인 기관들에 소장되고 있다. 또한, 주요 언론들에서 관련 보도 및 홍보가 이루어졌으며, 그중 한국의 조선일보는 이수경(Yeesookyung)이 깨진 세라믹 조각을 이어붙인 작품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부분을 보도하였다. 또한,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 각지의 주요 전시회에 초청되었으며,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 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예술가는 세라믹 폐기물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의미 있는 작품을 창조하고, 개인적인 예술적 언어를 명확히 하여, 예술 감상을 통해 환경 보호와 사회 교육의 긍정적인 의미를 증진시킨 바 있다. 인도에서 찬디가르 찬디가르 록 가든(Rock Garden of Chandigarh)은 인도 예술가 네크 찬드(Nek Chand)가 1957년에 창작한 작품이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깨진 팔찌, 세라믹기, 기타 폐기물과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든은 찬디가르의 인기 있는 관광지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976년에야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공원으로 선포되었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환경 예술'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전형으로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2015년 이후 찬디가르 록 가든은 네크 찬드의 예술가 및 장인 팀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 및 확장되고 있다. 예술과 창의성을 통해 세라믹 폐자재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여 정원의 건설 및 장식에 적용함으로써 환경을 미화하는 동시에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높였다.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및 장식 자재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원 재활용을 촉진하고, 자원 채굴과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는 점토 자원의 채굴 감소,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및 에너지 소비 절감 등 자연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세라믹 폐자재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방문객과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환경 보호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결속력과 참여 의식을 강화하였다. 1997년, 이 정원은 네크 찬드(Nek Chand)의 작업을 지원하고 록 가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등록된 자선 단체인 '네크 찬드 재단(Nek Chand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의 프로젝트에는 조사 수행, 시급히 필요한 다큐멘터리와 홍보 자료 출판, 전시회 개최 및 반년마다 진행되는 자원봉사자 여행 조정 등이 포함되며, 이는 네크 찬드와 그의 예술 작품을 기념하고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이 정원의 건설과 유지에는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정부, 재단, 지역 사회 및 자원봉사자들의 공동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관리 방식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의 창의적 형식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의 기능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공공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미적 경험과 공간 체험을 통해 세라믹 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높은 참여도와 예술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참고문헌 1)https://depts.washington.edu/matseed/mse_resources/Webpage/Ceramics/ceramichistory.htm 2)Agata Lo Giudice, Carlo Ingrao, Maria Teresa Clasadonte, Caterina Tricase, Charles Mbohwa, 3) F. Pacheco-Torgal, S. Jalali,Reusing ceramic wastes in concrete,Construction and Building Materials,Volume 24, Issue 5,2010 4) https://www.archdaily.cn/cn/988055/jian-zhu-de-ren-wu-tan-jian-pai-cong-cai-liao-kai-shi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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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④]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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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③] 상하이의 공중 정원, '1000 Trees'
- '1000 Trees' 프로젝트 1단계가 완공되어 상하이시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설계한 이 개발은 두 개의 나무로 뒤덮인 산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1,000개의 구조 기둥과 70종 이상의 식물이 포함되어 있다. 각 기둥에는 나무 군락이 자리 잡고 있으며, 통합된 자동 급수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 12월 22일 열린 개장식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나무들이 마치 천 개의 불빛처럼 빛을 발했다.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이끄는 '1000 Trees'는 '상하이의 공중 정원'으로 묘사된다. 이 프로젝트는 8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어왔으며 300,000제곱미터 규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상하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42km 길이의 쑤저우 크릭(Suzhou Creek) 강변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복합 단지는 산업 유산을 기념하는 동시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1단계에는 레스토랑, 박물관, 갤러리, 엔터테인먼트 허브가 포함되며, 현재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으로 프로젝트는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또한, 과거 공장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네 개의 건물과 벨 타워(현재는 전망 엘리베이터로 개조됨)가 개발에 통합되었다. 이 디자인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설하는 대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따뜻하고 활기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개발은 상하이 푸퉈(Putuo) 구에 위치하며, 쑤저우 강변을 따라 1,100미터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주소는 모간산로(Moganshan Road) 600번지이다. 중국의 황산(Yellow Mountains)과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이 건축물은 멀리서 보면 산처럼 보이며, 계단식 구조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구조물은 1,000개의 기둥과 400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기둥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또한, 관목, 다년생 식물, 덩굴식물 등 약 25,000여 개의 식물이 전체 디자인에 통합되었다. 공공 공간으로는 900미터 길이의 강변 산책로, 조깅 코스, 조각 정원, 야외 활동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서쪽 건물은 정글 산책로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사다리꼴 모양을 특징으로 하며, 북쪽 정면은 400개의 계단과 1,000개의 흰색 나무 모양 받침대로 구성된 테라스가 있다. 남쪽 면은 위에서 보면 평평해 보이며, 마치 잘려나간 산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M50 예술 지구와의 조화를 위해 남쪽 높은 벽에 그래피티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벽화를 제작하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획기적인 건축 걸작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부는 상하이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출된 기둥과 유지 보수 비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 Trees'는 기존 고층 건축의 틀을 깨는 상상력 넘치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토마스 헤더윅은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왕립 산업 디자인 메달(Royal Industrial Design Medal)과 프린스 필립 건축상(Prince Philip Award)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헤더윅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자하 하디드(Zaha Hadid)를 제치고 영국관 디자인 권리를 획득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000 Trees'를 설계하기 위해 직접 쑤저우를 방문하여 그곳의 정원과 전통 중국 산수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0 Trees'는 다양한 인기 명소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모간산로의 창의적인 거리, 창화로(Changhua Road) 요트 선착장, M50 예술 지구, 옥불사(Jade Buddha Temple) 등이 인접해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 문화적 중요성, 그리고 자연과 도시 생활이 완벽하게 조화된 이 개발은 상하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참고문헌 1. '1000 trees' by heatherwick studio opens to the public in shanghai, designboom 2. Heatherwick Studio's 1,000 Trees opens in Shanghai, dezzen 3. Heatherwick Homepage 4. Vimeo, 1000 trees aerial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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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③] 상하이의 공중 정원, '1000 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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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렬교수 칼럼] 물 부족 위기를 극복하는 창의적인 접근법
- #1 물이 필요없는 목욕 (Bath Without Water) 아프리카의 ‘림포포 (Limpopo)’라고 하는 조그마한 나라에 과학을 사랑하는 ‘루드윅 마리샌 (Ludwick Marishane)’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목욕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날 똑같이 목욕을 싫어하는 한 친구와 잡담을 하다가 기발한 영감을 얻었다. 친구는 "만약 목욕이나 샤워 없이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 그냥 피부에 바르면 목욕할 필요가 없는 걸 발명하면 좋겠어!" 라는 얘기를 한다.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리샌은 물 없이 피부를 깨끗이 해주는 목욕 대체 로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여러 실험을 거쳐서 제품을 개발했고, 이를 "드라이배스(DryBath)"라고 명명했다. 친구와의 사소한 대화가 마리샌의 창의력을 자극했고, 결국 세계 최초의 목욕 대체 로션이라고 하는 획기적인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피부에 바르기만 하면 되고 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목욕을 하지 않고서도 세균을 제거하여 개인 위생을 더욱 간편하게 만들었다. 가난해서 대량 구매를 할 수 없는 빈곤 지역을 대상으로 필요할 때만 구입할 수 있도록 개별 포장된 형태로 판매를 했는데 의외로 부유한 교외 지역의 아이들조차도 드라이배스를 원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구원자이면서 부자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다. 전 세계에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수도가 없이 생활하고 있었으며, 그중 상당수가 바로 그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있었다. 그의 발명은 깨끗한 물이 부족한 2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물이 부족해서 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지역 사회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했다. 2008년 당시 17세였던 그는 최연소 특허 출원자가 되었다. 또한 제품의 상업화를 위해 ‘헤드보이 인더스트리(HeadBoy Industrie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구글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젊은 인재 중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기업가 조직(Entrepreneurs’ Organization)에서 세계 최고의 학생 기업가로 뽑혔다. 다양한 국제 회의와 포럼에서 연설하며 혁신, 기업가 정신, 그리고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공유해 왔다. # 2 레이디에게 한 잔 사주세요 (Buy a Lady a Drink) 벨기에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Stella Artois)’는 "레이디에게 한 잔 사주세요 (Buy a Lady a Drink)" 캠페인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한 잔이 맥주가 아니고 물이었다고 한다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물은 생명에 필수적이며, 맥주 양조에도 필요하고,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도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없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비영리 단체인 Water.org와 협력하여 이 캠페인을 실시했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 (Matt Damon)’이 공동 창립자인 Water.org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경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이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특유의 챌리스(Chalice, 성배와 같은 전용 잔)가 트레이드 마크인데 이 캠페인을 위해서 세 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리미티드 에디션 디자인을 선보였다. 13달러의 멋진 리미티드 에디션 챌리스를 구매하면 세상의 어딘가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한 여성이 5년 동안 깨끗한 물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매일 가족을 위해 물을 길으러 다니는 데 총 2억 시간이나 소비하고 있다. 이 시간은 그들이 가족을 돌보고, 돈을 벌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지원은 여성들이 물을 길으러 다니는 여정을 멈추고, 자신만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녀는 학교에 다시 갈 수도 있고,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으며,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22만 5천 개의 아트 챌리스를 판매하였고 80만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Water.org에 추가로 300만 달러를 기부하며 물 부족 위기를 끝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캠페인의 핵심 목표는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특히 깨끗한 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물 부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글로벌 위기 물 부족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 스페인의 카타로니아는 가뭄으로 인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멕시코시티는 시전체의 90%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전례 없는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잠비아는 국가적 재난을 경고했다. 이것은 모두다 2024년에 보도된 수자원 관련 뉴스의 일부에 불과하다. 수자원 위기는 한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온 세계가에 직면해 있는 글로벌한 문제이다. 20세기의 많은 전쟁은 석유 때문이었지만, 21세기의 전쟁은 물 때문에 벌어질 것이다라는 얘기도 과언은 아니다. 물을 대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지구의 70%는 물로 덮여 있지만, 전 세계 담수의 단 3%만 우리가 접근할 수 있다. 나머지는 빙하로 얼어 있거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오염은 매년 수백만 명의 사망 원인이 되며,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3억 명이 물 부족 국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매년 거의 100만 명이 물과 위생으로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매년 5세 미만 아동 44만 6천 명이 설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한 물과 위생 시설만 확보하면 크게 줄일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 부족 해결,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앞에서 소개한 Water.org 등 국제적인 비영리 단체만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도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 워터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물 관리의 신뢰성, 안정성, 그리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스펀지 시티(Sponge City)’ 프로젝트를 통해 강우량의 70%를 재활용하고, 습지를 도입하여 물 저장, 유속 조절, 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지하수 재흡수를 촉진하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등 중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단체나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 차원의 다양한 활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고민과 더불어, 일반 소비자들의 물부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변화를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물 위기를 줄이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례는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드라이배스(DryBath)”와 같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사고, 창의적인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더욱 요구된다. "레이디에게 한 잔 사주세요(Buy a Lady a Drink)"캠페인처럼 기업과 브랜드 역시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물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경각심을 갖게 만드는 데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대중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순간, 큰 변화가 시작된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점차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해결책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결책은 멀리서 찾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저 모색해야 한다. 양경렬(Yang Gyung Yeol) 나고야 상과대학 (NUCB)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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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렬교수 칼럼] 물 부족 위기를 극복하는 창의적인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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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칼럼 ①] 도시 재개발 사업의 성공, 일본 오사카 ‘난바 파크스(Namba Parks)’
-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인 난바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난바 파크스(Namba Parks)’는 도심재개발 계획을 목적으로 기존의 오사카 스타디움 야구장을 헐고 지어진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이다. 미국 건축가 존 저디(Jon Jerde)에 의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개념을 적용하여 설계되었으며 2007년에 개장했다. 삭막한 빌딩으로 뒤덮인 도심 속에서 자연 체험형 인공 숲을 조성하여 도시의 생물다양성에 기여하는 난바 파크스는 자연의 협곡을 모방하였다. 현대 도시개발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원칙을 건축과 융합하여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한 상징적인 사례이다. 자연 친화적 설계와 혁신적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바탕으로, 난바 파크스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더 가까워지고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터칭 네이처를 콘셉트로 설계된 파크스 가든은 약 500여 종, 10만 그루에 달하는 식물이 마치 숲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으며 전담 가드너는 생태계의 보존과 조화를 최우선으로 친환경적인 ‘IPM 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지상 10층의 계단식 건축물이며 약 11,500㎡의 공간 중 5,300㎡를 녹지와 광장으로 조성함으로써, 최대 2만 6,000kW의 전력을 절약하는 셈이다. (IPM관리란, 병해충 방제시 친환경적인 방법을 우선시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작업 등 적절한 수단을 조합하여 관리하는 방법이다.) 여름철 한낮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난바 파크스는 주변 아스팔트 도로 등에 비해 표면 온도가 약 15~20°C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내 열섬 효과를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도시의 쿨스팟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단열과 냉각 효과를 만들어 연간 약 4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상쇄하고, 도시 공기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파크스 가든 7층 광장에는 모세관 현상으로 빗물을 자연적으로 흡수시키고 지하에 저장된 물을 끌어올려 건축물의 표면을 습윤 시키며, 기화열로 냉각시키는 “打ち水ペーブ(Uchimizu Pave)” 공법을 적용하였다. 이는 지하에 중수처리 설비를 설치하여 미생물과 활성탄을 이용하여 폐수를 살균 처리한 물은 화장실이나 식물의 관수로 이용하고 있다. 물관리 체제를 정비하여 취수량과 물 사용량을 최대한 절감하고 오염수 배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난바 파크스는 빗물을 자연적으로 흡수하여 도시 배수 시스템의 과부하를 줄이고, 자원의 순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설계는 단순히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도시 생태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난바 파크스는 2014년 공익재단법인 도시녹화기구가 주최하는 SEGES(사회-환경공헌 녹화 평가시스템)에서 “도시의 오아시스” 인증을 받았다.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자연과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차원적 공간을 제공한다. 바이오필릭 설계를 통한 정원의 자연 요소, 자연 채광, 그리고 “소요기(Soyogi)” 구역과 같은 테마 공간은 인간 본연의 자연 친화적 본능을 충족시켜 스트레스 완화 및 정신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 각 층과 구역마다 특색 있는 식물들을 배치와 난바 파크스 내 220계단을 걸으며 하늘과 바람, 햇살, 물, 자연소리 등 자연의 풍요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난바 파크스는 용적률 800%라는 고밀도 개발을 달성하면서도 자연을 단절시키지 않고 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혁신적인 설계를 통해 도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협곡의 형상을 모방한 설계는 도시의 정형화된 건축물과는 달리 유기적이고 살아있는 공간으로, 방문자들에게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설계 철학은 단순히 심미적이거나 기능적인 요소를 넘어서 인간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 증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크스 가든의 그린 스테이지(Green Stage)와 같은 다목적 공간은 공연, 전시 및 지역사회 행사에 활용되며, 사회적 교류와 문화적 풍요를 촉진하여 문화적 융합과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 공간 기획은 지역 주민의 생활 질을 높이는 동시에 방문객과 가드너가 가든 투어를 하는 등 도시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난바 파크스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기여를 목표로 책임 있는 지배구조 원칙을 반영하여 설계 및 운영되고 있다.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힐링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며, 공동체와 자연이 연결되는 매개체로 기능을 한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체감하며, 자연의 주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순간을 제공한다. 난바 파크스는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오필릭 시티의 철학을 구현한 이 공간은 현대 도시가 직면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 자연을 연결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난바 파크스는 ESG 원칙과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완벽히 결합하여 환경적 지속 가능성, 사회적 포용성, 그리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모두 충족하는 도시 개발의 혁신적인 사례이다. 단순히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을 넘어, 도시 내 자연 공간을 확장하고 지역 사회 중심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방면에서 도시 재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급격히 증가하는 도시 인구와 이에 따른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난바 파크스는 단순한 개발 프로젝트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지닌다. 현대 건축이 인간의 생활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이상적인 모델로 도시개발이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해야 함을 증명한다. 도시의 건축과 조경, 지역사회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글로벌 도시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김슬기현재 EED디자인그룹 총괄이사, 아인디자인 대표이며, 계원예술대학교 화훼디자인과 외래교수,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전 연암대학교 원예과 외래교수,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생태환경위원장, 국제문화예술융합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예술인권리학회 이사, 한국화예디자인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전시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디자인 박사 과정 중이다. 바이오필릭시티 개념과 건축 공간정의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연구 중이며, 건축과 생태디자인 분야에서 공간정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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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칼럼 ①] 도시 재개발 사업의 성공, 일본 오사카 ‘난바 파크스(Namba P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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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기관의 역할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금융기관의 새로운 사명 최근 금융회사들의 사회 공헌 현황 및 발전방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2022년 국내 은행들은 1조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회 공헌에 지출했다. 이러한 투자는 사회혁신 기업 지원,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정보 격차 해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전략적 접근의 부재와 단기적인 일회성 활동이 주를 이룬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은행이 포용적 금융을 통해 사회적 격차를 해결하고,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상호 연결된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업무 영역에서는 환경 보호, 사회적 평등, 거버넌스 향상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주도하며, 금융 산업의 영향력을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기관이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우산이 되기 위해 추구해야 할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전략적 실천이 요구된다. 1) 사회연대경제와 연계를 통한 실효적인 사업 추진 전략 지난해 4월,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190여 개 회원국과 국제 금융기관들은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주요 도구로 채택하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발적 협력, 상호 원조,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며, 이윤보다는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원칙을 따른다. 이 원칙들은 의료복지, 재생에너지, 사회주택, 노인 및 아동 돌봄, 친환경 및 건강한 먹거리 등 우리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서비스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는 주민들의 자조와 연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연대경제는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본을 통한 규모 확대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적된 경험과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이 금융 소비자에게 효능감을 제공하려면 사회연대경제와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유럽 일부 은행들은 사회연대경제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 사회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포용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교육 프로그램,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한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직면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그들의 사업 모델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 공공과의 협력을 통한 자금 효율성 강화 전략 지난해 국가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에 달해, 정부의 건전 재정 적자 비율 관리 기준인 ‘3%’를 상당히 초과했다. 또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며 1,126조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자금의 유입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예산 집행과 기금 운영에 있어 민간 자금과의 매칭 및 연계를 통해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공공 자금과 연계하게 되면,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동일한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에게도 유리하며, 특히 지역재투자 평가제도에 의해 금융기관의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 대출 지원 등의 실적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지자체 금고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과의 협력은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이미지를 강화하는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런 협력은 복잡한 기획과 집행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경직화를 수반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준비와 고려가 필요하며, 민간과 공공 간의 긴밀한 협의와 투명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와 지역 사회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더욱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3) 금융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 기부나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임팩트 투자와 결합될 때 그 의미와 영향력이 극대화된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자본을 배분함으로써 경제적 수익과 함께 사회적 성과를 도모하는 금융 전략이다. 이는 전통적인 기부 활동을 넘어서서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투자받은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분야에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사는 해당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환경 보호는 물론 지역 경제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이미지를 강화한다. 미국의 대형 은행이 저소득층 주택 지원 프로그램에 임팩트 투자를 통해 자금을 제공하는 사례는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며, 금융 수익과 사회적 가치의 동시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금융 전략은 금융기관이 직면한 사회적, 환경적 도전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진정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성장 지향적 사고만을 고집할 경우, 임팩트 워싱의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금융업의 본질과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모델과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다. 금융과 사회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항해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항해에서 금융의 역할은 단순한 자본의 공급자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기관에게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요구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었다. 금융기관이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친환경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사회연대경제기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적 기회의 확대 등이 포함된다. 또한, 금융기관은 돌봄, 교육, 지역 사회 발전을 지원하여 사회연대경제를 실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이는 공공 기금 및 예산과의 연계뿐만 아니라, 임팩트 투자 및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ESG) 기준에 기반한 투자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기관이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에 기여함으로써, 금융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와 같은 공동의 노력은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여정이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의 기회가 탄생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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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기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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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④] 공정한 경제를 향한 금융 규제의 중요성
- 경제의 불공정성과 금융규제의 필요성 공정한 경제란 모든 경제 주체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경쟁하고, 경제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를 분석해보면, 불행히도 현실은 이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 부동산 시장의 부침은 경제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결여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금융 시장 내의 부정직한 관행과 구조적 문제들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상황, 일부의 부와 권력이 대다수의 기회를 압도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금융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일깨워준다. 공정한 경제로의 진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구조적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필요가 있다. 공정성의 나침반으로서 금융규제 금융 시장에서 공정성의 구현은 투명성, 책임감, 그리고 모든 이에게 동등한 기회의 제공을 포함한다.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와 정책은 다양하고, 각 정책은 시장의 특정 부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컨대,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공시 규정, 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거래 감시 시스템 구축,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조치 등이 그 예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시장 조작과 사기의 위험 역시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여 규제 기관은 기술적 변화에 발맞춰 규정을 갱신하고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감독을 요구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루나와 테라 사건의 교훈 루나와 테라의 붕괴는 금융 혁신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이는 금융 규제의 중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 사건은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동시에 그로 인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제의 필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루나와 테라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분류되며, 달러와의 연동을 통해 1테라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할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특정 세력의 대규모 공매도와 루나 발행량의 급증은 이러한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쳤고, 이로 인해 루나는 단 8일 만에 그 가치가 96% 폭락했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암호화폐의 매력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금융상품, 지적재산권 보호의 혁신, 그리고 중앙화되지 않은 금융 시스템의 구현에 있다. 하지만 테라와 루나 사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화된 규제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그 구성 자산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투자자와 금융 기관이 금융 사기와 시장 조직으로부터 보다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루나와 테라 사태에서 드러난 교훈은, 기존의 규제 체계가 신속하게 발전하는 금융 기술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 규제는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적응성이 높아야 한다. 이는 금융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금융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데 중요하다. 경제적 불평등 완화의 핵심도구로서 금융규제 금융 규제는 단순히 법적 틀을 넘어서 경제의 공정성을 증진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규제가 시장 내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며 모든 경제 주체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과 자산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이는 종종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장의 불공정한 접근으로 인해 발생한다. 금융 규제를 통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모든 투자자와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금융 규제는 특정 집단이 시장을 지배하거나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여 경쟁을 촉진한다. 이는 중소기업과 개인 투자자가 더 큰 시장 접근성을 갖고, 그들의 경제적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대출과 소비자 금융 보호에 관한 규제는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하여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결국, 금융 규제는 더욱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규제 기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할 때,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경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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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④] 공정한 경제를 향한 금융 규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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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③] 디지털 금융의 미래 : 기술 발전과 인간 중심의 가치 창출
- 디지털 혁명을 통한 금융의 새로운 지평 2024년,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고금리의 장기화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3년 3월 실리콘밸리뱅크와 시그니처뱅크의 파산 사건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가장 큰 금융 위기로 기록된 바가 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스타트업들로부터 예치된 자금을 장기채에 투자하다가 금리 상승으로 큰 손실을 입고, 이에 따른 대규모 인출 사태로 파산에 이르렀다. 18억 달러의 손실을 인정한 하루만에 56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인출되었고, 주가는 66% 폭락하여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금융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정보는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자산 이동이 단 몇 번의 터치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어 금융회사의 위험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실리콘밸리뱅크의 신용등급이 일주일 만에 A3에서 C등급으로 급락하며 파산에 이르는 과정은 전통적인 신용 평가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 신용 평가 방식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핀테크는 이제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물려 금융 서비스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모든 금융 기술 참여자들에게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기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트(Bit)의 바다에서 항로를 찾아 핀테크는 간편 결제 시스템에서부터 온라인 투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활동을 할 때 자금거래를 편리하게 도와준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더 이상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도 사용자가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페이팔(PayPal)'과 '스퀘어(Square)'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상점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해외 거주자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시간 송금서비스가 유용하다. 가령, '리볼루트(Revolut)'와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은 국내외 송금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전 세계 어디서나 빠르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한다.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재정 상태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령, '로빈후드(Robinhood)'와 '민트(Mint)'는 사용자의 금융 정보를 분석하여 개인에 맞춘 투자와 예산 관리 조언을 제공한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투자 옵션을 제공하며, 투자 과정을 간소화해준다. 가령, '이토로(eToro)'와 '베터먼트(Betterment)'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에 직접 접근하여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자동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적인 자산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가령, '웰스프론트(Wealthfront)'와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Schwab Intelligent Portfolios)'는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사용자의 투자 목표와 위험 선호도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필요한 자금을 좋은 조건으로 조달 가능하도록 한다. 피어투피어(P2P) 대출은 개인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하여,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개선한다. 가령, '렌딩클럽(Lending Club)'은 개인 간 직접 대출을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전통적인 은행 대출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비상금 대출 서비스는 간편한 온라인 신청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어니스트(Earnest)'는 급전이 필요한 개인에게 낮은 이자율로 즉시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특히 학자금 대출 재조정 및 개인 대출에 특화되어 있어 학생과 젊은 전문가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핀테크랩과 ‘혁신의숲’이 공동 기획한 ‘2023 인사이드 핀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은 과거 금융업의 역할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수행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지만,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 뱅킹, 송금/결제, 예금, 대출, 보험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하나의 앱으로 통합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기반의 투자 예측, 인공지능 자산배분, 정교한 대안신용평가 등 새로운 서비스 및 솔루션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혁신의 바다는 때로 거센 파도를 동반한다. 특히, 가상화폐의 등장은 높은 수익 가능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몇 가지 심각한 폐해들을 초래했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에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 사기, 폰지 스킴, 해킹 등 다양한 보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재산을 잃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경우, 이는 소비 감소, 투자 위축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끝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채굴 기반 암호화폐는 막대한 전략을 소비하기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진정한 가치 창출의 여정 혁신의 길목에서, 우리는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양면성을 목격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과 효율성이 대폭 향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 보안 위협 증가와 금융 불평등 심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들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으며, 공공정책, 금융회사 윤리, 그리고 개인의 책임이 포함된 포괄적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핀테크 발전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핀테크와 관련된 금융 관련 법규는 국내 기준 43개에 달하며, 지나친 규제로 인한 혁신의 저해와 상충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보호법, 소비자 보호 규정, 사이버 보안 기준 등을 강화하되 금융 기술의 혁신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 정책을 개발하고,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 기관과 핀테크 회사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부당한 위험을 전가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준수해야 한다. 이는 투명한 가격 정책, 고객 데이터의 적절한 사용 및 보호, 투명한 금융 상품 설명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기술적인 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금융 건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금융 정보와 행동에 대해 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금융 거래를 보다 주의 깊게 관리하고,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이해하며, 필요한 경우 금융 교육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용자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비밀번호 관리, 다단계 인증 활성화 등의 보안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금융 자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핀테크를 통한 진정한 가치 창출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상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이다. 기술 혁신이 인간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진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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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③] 디지털 금융의 미래 : 기술 발전과 인간 중심의 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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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②] 지속가능한 발전, ESG 투자가 열어가는 길
- 우리 시대 화두에 대한 대답을 찾아서 2023년 (사)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 발표한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국내 ESG금융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1,000조원을 넘겼다고 한다. 비록 국민연금이 외부에 위탁하는 책임투자자산의 대부분이 ESG 워싱(Washing)임을 부인하긴 힘들지만, 국가 예산 655조임을 감안했을 때, ESG금융은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SG투자는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결정에 있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고려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추구한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되는 자산 및 업종에 투자를 배제하기도 하고, 청정에너지, 그린테크, 지속가능농업 등 지속가능성에 특화된 테마나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나아가 기업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기업의 ESG경영을 확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경제적 번영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우리에게 금융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ESG 투자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ESG 투자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그 한계와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ESG 투자의 실천 우리는 24시간 뉴스 채널, 인터넷,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쉽게 얻게 됐다. 또 오너가 직원에게 갑질하고, 가맹점주에게 횡포를 부리는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제품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매출 및 고객이 급감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의 투자 결정 및 위험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젠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전통적인 투자원칙을 넘어서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건전한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됐다. 이제 기후 대응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숙제이다. 태풍, 폭염, 한파,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개인의 삶도 변화되지만, 금융기관의 재정적 부담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2023년 3월 보고서에서 2022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보험손실액은 약 164조 2,248억원으로 30년 전보다 2.5배 증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경(E) 측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 및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청정 에너지의 생산을 늘리고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ESG펀드 시장은 2차 전지, 수소에너지, 배터리 등 미래 에너지 관련 ETF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SG공모펀드 10개 중 7개가 환경 관련 상품에 집중되어 있으며, ESG보험과 ESG카드도 환경 관련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ESG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사회(S) 측면에서는 공정한 노동 조건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경영 모델을 실천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커피 생산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농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지역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지원한다. 이러한 투자는 더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의 창출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을 장려한다. '2022년 한국 ESG 금융백서'를 보면, ESG대출시장(총 ESG금융의 36%)에서 사회(S)영역이 74.8%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사회인프라시설 투자, 서민을 위한 주택금융,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금융 대출 등에 주로 대출했다. 해외의 ESG채권시장 중에서 사회적채권의 비중은 19% 정도이나, 국내는 75%로 글로벌 현황과 차이가 크다. 국내는 공적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관이 정책 수행을 위해 발행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SG 예금과 적금의 86%도 사회와 관련이 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의 수준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있다. 국내는 2018년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ESG 경영을 잘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SG경영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노동자 파업, 소송, 부정적 여론과 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투자자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ESG투자를 고려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 ESG 투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며,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부는 ESG 관련 규제와 정책을 마련하여 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여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를 내재화함으로써 이 변화의 선두에 서야 한다. 소비자와 시민은 의식적인 소비와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지하는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내일을 만든다. 지금부터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해 준다. 덧붙이는 글 I 이상진(Lee Sang JIn)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KAIST MBA를 나와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글로벌 컨설팅사 Kearney, Accenture, 삼정KPMG, 삼성SDS에서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선도적인 금융기관을 컨설팅 했으며, 2012년부터 우리금융지주에서 14개 계열사의 경영혁신을 담당한 금융전문가이다. 2014년 사회혁신기업가들과 기금을 조성하면서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6년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을 창업했다. 경기도, 충남, 화성시 등 다수 지자체의 사회적경제기금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BSC를 모델로 하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캐나다 데자르뎅 연대경제신협을 모델로 하는 사회연대신협 설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4년 '새로운 사회를 위한 금융교육과 사회적 은행'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대표이사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임팩트금융민간자문단(NAB) 이사로 활동하며 국내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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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의 금융읽기②] 지속가능한 발전, ESG 투자가 열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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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영의 지속가능한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철학과 원칙
- 지속가능한 디자인 철학은 지난 30년 동안 크게 발전해 온 연구 분야였다. 사회가 세대를 이어가며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국민의 안녕과 환경과의 조화를 보장하자는 사회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User Experience의 창시자인 Don Norman은 이 운동에 이름을 붙이고 디자이너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인간 중심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지속 가능하게 설계된 제품 또는 서비스는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체 수명 주기를 고려하는 것이다. '제품 수명 주기의 각 단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산업적 접근 방식인 에코디자인(Ecodesign) 원칙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다양한 도구와 방법의 개발을 해 왔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분야에서 업계에서 가장 널리 채택된 개념 중 하나였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재사용에 최적화되어 있다. 지속가능한 서비스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물리적 제품은 재활용된 재료를 사용하거나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에서 제조되어 더 지속 가능하게 될 수 있다. 제품이 생성된 후에는 오랫동안 유용해야 한다. 일단 유용하게 사용되고 나면 재사용하거나 수리하거나 생분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로서, 많은 부분이 환경주의 또는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 관한 것이다. 지속 가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속가능성'은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상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퇴비화가 가능하며, 끝없이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한 제조 공정을 만들 수도 있다. 대안적으로, 우리는 자연이 하는 것처럼 디자인 할 수 있다. 우리는 폐기물 자체가 자연에 의해 재사용 될 수 있는 귀중한 물질 즉 ‘자연으로부터 얻어 자연으로 보내는’ 자연 순환방식으로 디자인 할 수 있다. 플라스틱 랩에 싸여 가판대에 올려진 오렌지를 생각해보자. 일단 우리가 먹기 위하여 껍질을 벗기면, 플라스틱 랩은 지구에 독이 되고 오렌지 껍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지구의 비료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발전은 생태학적 및 환경 운동, 그리고 보다 폭넓은 지속가능성 논의에 영향을 받았다. 디자이너, 건축가 및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디자인 방법론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LEED)와 같은 세계적인 이니셔티브, 표준 및 인증이 지속가능한 디자인 원칙의 수립과 보급에 기여했다. Sustainable Design (지속 가능한 디자인) 의 원칙 1. 환경 책임성 : 디자인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소재를 채택하여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2. 사회적 공평함 : 디자인은 사회적 측면에서도 공평함을 고려하고 지역과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3. 경제적 지속가능성 :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디자인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적인 솔루션을 탐구하고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4. 에너지 효율성 :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 원칙 중 하나이다. 5.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 : 디자인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고 제품 수명 주기를 고려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지속가능한 디자인 커뮤니티 내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채택되고 있다. 환경 책임, 사회적 공정성, 경제적 타당성, 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소재 선택, 폐기물 감축, 수명 주기 평가에 중점을 둔 이 원칙들은 지속 가능성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공유된 가치와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지속가능한 디자인 원칙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개인 및 조직의 계속되는 토론과 기여에 대응하여 새로운 과학적 통찰, 기술적 발전 및 사회적 우선 순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Sustainable Design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망 근래 학문적, 산업적 담론 모두에서 시스템적 관점에 대한 이러한 필요성은 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와 해결책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진화되었다. 생태 디자인, 환경 효율성, 제품-서비스 시스템 및 순환 경제와 같은 접근 방식의 개발과 병행하여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달성하려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목표의 정책과 지침이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 지게 되었다. 대부분 생산자를 지향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간접적인 효과도 낳았다. 예로는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연합(EU)에서 시행된 전기전자장비 폐기물(WEE) 지침, 생태 디자인 지침 및 유해물질 제한(RoHS) 지침이 있다. 에너지 효율적인 교통, 건물 인프라를 개혁하거나 설계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프로세스에 포함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일련의 사회적, 환경적 및 경제적 문제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유엔에 의해 글로벌 아젠다로 제기되어 처음에는 천년 목표로,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로 우선 관심 분야로 떠 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목표의 많은 부분을 산업디자인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지속 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영역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산업디자인은 서비스 및 사회 디자인(social design)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그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 미래 긍정적인 사회 및 환경적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진정한 산업디자인의 본질이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 원칙을 채택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남재영(Jae Young Nam) 미학적 아름다움의 추구를 넘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하여 열정과 영감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진화하며, 진보적으로 혁신에 도전하는 젊은 산업디자이너(Industrial Designer)이다. 미국 산업디자인학회(IDSA)회원, 환경디자인학회(EDRA)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최근까지 전 지구적 관점에서 사회와 인간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천작 중이다. 1993년 서울 출생으로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대학교 시각예술학과에서 Studio Coordinator, Teaching Assistant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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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영의 지속가능한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철학과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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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의 ESG브랜딩] B2B와 중소기업이 우선적으로 ESG경영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 최근 일간지에 2024년 1월 31일 EU가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첫 탄소배출량 보고기한을 앞두고 해당 중소기업 절반이 무대책이라는 내의 가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제조업체가 2월말까지 수출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신고해야 하는데 1월 말이 되어도 탄소배출량 신고에 필요한 자료 작성법을 알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대기업은 1년전부터 준비해왔던 반면 중소기업은 78%가 제도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을 했다. ESG 경영공시 의무화가 국내의 경우 2026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행되어 2030년에는 KOSPI 상장사 전체로 의무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초기 공시 대상 기업은 약 250여 개이고 이미 지속가능경영(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기업은 대략 400여 개로 알려져 있어 대기업들은 비교적 준비가 많이 되어있는 편이다. 세일스포스코리아 한국 공식파트너인 아이투맥스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108명의 한국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1조 이상 기업의 94.7%가 ESG 담당부서나 담당자를 이미 두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매출액 500억에서 1조 미만의 기업도 전반적으로 최소 70% 이상의 준비율을 보여 공시 대응의 진척도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임을 알 수 있다. <기업매출 규모별 ESG 부서나 담당자 보유 비율>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보다 먼저 ESG 적용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바로 이들 대기업에 원료나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망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이다. 통상 기업에 대한 규제나 기준 적용은 대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규제에 적응하기위한 시간과 자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관련 규제는 그 방향이 정반대로 작용한다. 그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의 제조 흐름과 같이 규제나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위해서는 앞단계에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의 탄소중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향후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등 ESG 관련 공시를 원활하게 진행하기위해서는 대기업들이 공시를 시행하기 전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들의 ESG 인증이 필수적이다. 일부 대기업은 자사의 공급망에 대해 ESG 인증 및 경영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대기업 ESG 공급망 관리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업종별로 자동차(74.4%), 전자부품(66.7%), 전기·통신장비 제조(63.1%), 건설업(60.0%), 통신업(59.0%) 순으로 공급망 ESG 관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공급망 ESG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협력사 지원은 교육(41.2%)과 평가컨설팅(31.1%)에 치우쳐 있고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ESG 개선 효과가 있는 하드웨어(21.6%) 또는 인증지원(14.2%)은 저조한 실정이다. 협력사 평가 결과에 따른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18.9%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행동규범 상에 ‘ESG 평가 결과에 따른 페널티 부과 조항’을 둔 기업 비중은 43.2%에 달해 향후 ESG 평가 결과가 거래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공급망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또한 일부 대응이 늦은 대기업의 경우, ESG 공시 시행 기한이 임박할수록 이미 인증을 받은 공급망 기업으로 거래를 전환하여 준비 기한을 단축하려 할 수 있다. 그 때 이미 준비된 기업은 손쉽게 거래선을 확장하는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대기업 거래나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B2B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준비하는 것이 향후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글로벌 기업이나 공시 대상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지자체 등과 거래나 입찰 시에도 ESG 관련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으며 금융기관에서도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ESG 항목을 고려하기 때문에 ESG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ESG 경영이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진정한 기업의 경쟁력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전략적 브랜딩 관점에서 내부 임직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관심과 고려사항을 감안한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진전성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 브랜딩은 단순히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B2B 및 공급망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I 권오영(Oh Young, Kwon) 어드밴스드 브랜딩(Advanced Branding) 대표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은 후 27년간 LG, SK, Intel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Interbrand, LG경제연구원 등 컨설팅 회사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는 풀 스택(Full-Stacked) 브랜드 전략가이다. F&B, ICT, 테크 등 다양한 제품/서비스 브랜드 전략 외에 사업 전략을 기반으로 한 기업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가치 평가 및 그룹 브랜드 체계를 설계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원에게 전파하는 내재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ESG와 기업 브랜딩의 연결을 통해 기업 이미지 재구축과 기업 가치를 강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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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의 ESG브랜딩] B2B와 중소기업이 우선적으로 ESG경영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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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칼럼] 중소기업과 ESG경영(4) – 중소기업과 지속가능성
- 기업 혹은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속적 성장, 지속적 발전일 것이다. ESG경영의 핵심 가치는 “지속가능”이다. ESG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전략을 수립하거나 신제품개발을 할 때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가?”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먼저 지속가능(sustainable)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러면 자연히 상당 부분 지속가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가 혼용되는 현실도 정리될 것으로 본다. 네이버, 구글에서는 “ESG경영”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을 볼 수 없었다. 해서 생성형AI를 통해 물어보았더니 “ESG 경영은 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지배 구조 (Governance)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업의 경영 전략과 운영에 통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요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럼 “왜 기업이나 조직이 ESG경영을 하는걸까?”가 궁금하여 다시 생성형AI를 통해 물어보았더니 5가지 이유를 친절하게 알려준 후 마지막에 “요약하면, ESG 경영은 지속 가능한 경영, 투자자 요구, 리스크 관리, 이해관계자 관계 강화, 혁신과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기업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공합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역시 짐작대로 첫 키워드는 “지속가능한”이었다. 여러가지 생성형AI들을 통해 “지속가능”관련 답변을 받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는 『지속가능은 형용사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혹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지속가능성은 명사로, "지속가능한 상태 또는 그 성질"을 의미한다.』이다. 또 맥락에 따른 사용 예시도 제시해 주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속가능은 특정 대상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경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 등의 표현에서 사용된다. 지속가능성은 추상적인 개념 자체를 의미하거나 지속 가능한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 등의 표현에서 사용된다.』 2022년 7월 5일자로 시행된 우리나라 「지속가능발전 기본법」 의 제1조(목적)는 “이 법은 경제ㆍ사회ㆍ환경의 균형과 조화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포용적 사회 및 기후ㆍ환경 위기 극복을 추구함으로써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 나아가 인류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명시하고 있다. 즉, 제1조에서는 “지속가능한”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의 제정 목적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제2조(정의)에서는 6개의 용어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ㆍ사회ㆍ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低下)시키지 아니하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와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 이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큰 나라이다. 기업도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하고 성장하고 언젠가는 소멸하는 생명주기를 갖는다. 중소기업이 탄생하여 소멸될 때까지 중소기업으로 존재하는 모습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것은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한 논쟁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도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주체가 기업 혹인 정부, 자치단체, NGO 등인가에 따라 그 세부 내용이 한정될 수 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관공서에서 지속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상당한 의미적 차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의 경우로 좁혀서 지속가능에 대해 생각에 보자.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3 요소를 기본의 경영 개념에 추가하여 기업 경영을 해야 하는 ESG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난제이며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여기서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성장(발전)을 할 수 있을까”로 좁혀보기로 한다. 중소기업이라도 어떤 업종인가, 또 자사 브랜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는 경우, 부품을 제조하여 모기업에 납품하는 경우 등 그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실천 방법을 무어라 얘기하기는 어려우나,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모든 중소기업들이 공감할 것이라 본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결과 자사 브랜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UN에서 제시한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여성, 아동,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경제)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적 공동목표이다. 지속가능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이들 목표 중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예를 들어 근로자 근무 환경 개선, 전력 사용량 줄이기, 오염 물질 배출 저감, 물 사용량 줄이기, 지역사회 빈곤층 장학금 지급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며 기업 경영을 한다면 이것이 ESG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ESG경영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OO을 꾸준히 추구하면 OO에 대한 지속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이상호(Sang Ho Lee) 충북대학교에서 평생을 대학에서 IT 분야의 교육, 연구 활동을 하였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2018년 정년 퇴직을 하여 현재 충북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명예교수이며,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하는 주식회사 에셈시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이라고 부름)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텔레콤 연구소 방문 연구원과 캐나다 UBC 전산학과 초빙교수로 있었으며 멜번과 밴쿠버의 자연을 지금도 부러워하고 있다. 인류와 함께 영원토록 함께해야 할 지구를 생각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청과 인연을 맺고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위해 활동하였고, 2010년에는 중소기업융합학회를 설립하고 회장으로 재임하며 중소기업의 융합기술 보급과 확산 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대학 재직 시절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며 20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그 중 여러 건을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한 바 있다. 평생을 배우며 돕는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ESG경영에 대해 학습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중 특히 제조 기업들에 대하여 스마트공장 기반의 ESG경영의 가치를 강조하고 그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고객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춘 ESG 관련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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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칼럼] 중소기업과 ESG경영(4) – 중소기업과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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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②] 지구 평균 기온 마지노선 1.5도가 깨져 버렸다
- “최근 1년간 지구 평균 기온 마지노선 1,5도가 깨져 버렸다.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상승해 버린 것이다. 지구가 단발마를 지르며 자정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이제 인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최소한의 생존 기온을 넘어 버렸으니, MBC, YTN을 비롯한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에서도 크나큰 우려를 하고 있다. 유일한 해결책은 온실가스를 확, 줄이는 것밖에 없는데, 어른들은 여기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 인류는 더욱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잘 모른다. 정작 어른들이 자신들이 살아나가야 할 터전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그래서, 유럽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칭하며 ‘기후파업’(‘결석 시위’)을 벌리며 비상 행동을 시작했고, 이 행동은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가던 길을 가고 있다. 게다가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미 퇴출 산업이 되어버린 석탄발전소를 환경 악덕 기업인 한국 전력이나 포스코는 여전히 짓고 있다. 더구나 해외에까지 석탄발전소를 수출하여 짓고 있는 대한민국, 심지어 외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했다가 그 나라 국민의 아우성으로 다시 싣고 오는 촌극을 발생시키는 나라. 세계인들은 이런 우리를 ‘기후악당 국가’라고 한다.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 가면 그 고운 모래밭과 쪽빛 바다를 초토화 시키면서, 오늘도 여전히 발전소를 짓고 있다. 아이들도 덩달아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비환경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극한적으로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미래에 삶에 악영향으로 돌아올지 잘 모르고 있는 듯도 하다. 아니 위정자들이 워낙 ‘정치를 바르게 하지 못하여’, 환경에까지 신경을 못 쓰고 있는 듯도 하다. 환경은 바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데 매스컴에서는 국민을 우민화시키기 위함인지, 스포츠와 각종 도박, 말도 되지 않는 오락 프로그램들을 양산화시키며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국민은 어리석어야 한다며 중국의 분서갱유(焚書坑儒)처럼 모든 책을 불태우거나, 심지어 글을 깨우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최만리 같던 저 조선의 선비들, 동서양의 왕들도 있지 않았던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그 모순 속에 태어나 아이들은 오늘도 일회용품과 택배 쓰레기의 홍수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을 파괴시키며 자신들의 사익만 추구하는 ‘비환경 악덕기업’들에게 무겁게 ‘환경분담금’을 매기고, 국민도 계속해서 뜨거운 질책을 보내야 한다. 왜 그들은 계속해서 ‘더욱 독하고 비환경적인 세제’를 만들어내면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천문학적인 이득을 누리며 자손들까지 그 영화로움을 누려야 하는가? 세제 회사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강산 푸르게 더욱 푸르게’라는, 이율배반적인 광고가 우리 국민에게 마치 오랜 세월 노래처럼 되어 버렸다. 얼마나 사람들을 우롱하는 구호인가! 온 산의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어 종이를 만들어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이율배반적인 광고를 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 나라가 더욱 환경선진국으로 발돋음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생겨나고 있는 ESG 운동들을 보면 환경에 대해 많은 고무적인 느낌을 받는다. ESG란 무엇인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ESG의 숨은 핵심 키워드는 바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가치, 그리고 비재무적 성과지표’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RE100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첫4자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묻자, 윤석열 후보가 RE100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면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RE100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파트너십을 맺은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2014년에 시작된 것이다. 세계는 이제 RE100을 시행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는 모든 수입과 수출을 금지한다고 한다. 끝까지 버티다 궁지에 몰린 한국 재벌들도 슬슬 눈치를 보면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세계에서는 이제야 참가하는 한,중,일에 대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눈길를 보내고 있다. 2020년 가을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중·일 3국이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G20에 속하는 동아시아 3대 경제국이 화석연료 기반 경제에서 탈탄소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따라서, 3국의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은 이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넘어,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중·일 주요 ICT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 등 주요 글로벌 ICT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선도하고 있는 것과 확연하게 대조적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매우 크다.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이자 현재 유엔 기후 특사를 맡고 있는 마크 카니(Mark Carney)도,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기울이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 인류의 삶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동아시아 지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1년에는 중국 중부에 1천 년만의 폭우가 쏟아졌고, 도쿄에서서 역대급 폭염 올림픽이 치러졌으며, 서울의 여름 폭염일수는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우리는 이미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RE100에 가입한 회원사들의 ‘탄소 0 평균 달성 목표연도는 2030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고작 30%이니, 기후 환경에 있어서는 완전 후진국이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由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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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②] 지구 평균 기온 마지노선 1.5도가 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