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선 석탄 대신 그린 수소를 이용한 철강 산업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H2 Green Steel, 세계 최초의 대규모 녹색 철강 프로젝트를 보덴(Boden)에서 진행 중
스웨덴 북부에서 화석 연료 사용의 대표적 산업인 철강 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으로 새로운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스웨덴 노르보텐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보덴(Boden)의 외곽 부지에 지역의 산과 호수를 반영하는 흰색, 은색, 검은색의 산업용 건물과 거대한 벽돌색 타워로 채워질 전망이다.
CNN의 레이첼 라미레즈에 따르면 H2 Green Steel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녹색 철강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짓게 되는 공장은 화석 연료 대신 ‘그린 수소’를 사용한다. 만약 그린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한다면 기존 생산방식으로 발생하는 탄소 오염의 양을 약 95% 줄일 것으로 보이며, 2030년까지 500만 톤의 녹색 철강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계는 매년 약 20억 톤의 철강을 소요하고 있다. 철강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자원이지만 문제는 철강 생산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석 연료인 석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 탄소 오염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강의 수요는 2050년까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는 H2 Green Steel과 같은 친환경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 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공업에서 녹색 수소 사용을 전문으로 하는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원인 모하메드 아투이페(Mohamed Atouife)는 "이 분야는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철강 산업은 철광석 채굴부터 시작하여 운송을 포함한 모든 단계에서 탄소 집약적 사업이다.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철강은 석탄을 태워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된 고로를 사용하여 생산된다. 철광석은 코크스(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열된 석탄)와 섞이고 고로의 꼭대기에 버려져 용융된 철을 생산한 다음 강철로 가공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배출이 일어난다.
물론 석탄 대신 전기를 사용하여 철강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철강의 약 70%를 전기를 이용해 철강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약 30%의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용광로에 비해 전기 아크로는 100% 스크랩 철강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전기를 이용하여 철강을 생산하면 탄소 배출량이 석탄 생산보다 약 78% 적어 오염을 덜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 생산 방식도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친환경 유무가 갈린다.
현재 철강을 생산하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인 석탄을 녹색 수소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녹색 수소는 재생 에너지로 연료를 공급하는 공정에서 물 분자를 분해하여 생산된다. 녹색 철강을 만들기 위해 이 깨끗한 수소를 사용하여 철광석을 환원한 다음 전기 아크로에서 스크랩 강철과 함께 녹인다. 이처럼 수소를 사용하면 탄소배출 대신 수증기만 생성하여 탄소배출을 막는다.
H2 Green Steel뿐 아니라 스웨덴 북부에는 HYBRIT 그린 스틸 파일럿 플랜트도 있다. 2021년에 HYBRIT는 자동차 제조사인 볼보(Volvo) 고객에게 최초로 친환경 철강을 납품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수소 철강 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아직 녹색 수소를 사용하는 철강 시설이 없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철강을 포함한 중공업의 탈탄소화에 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약 5억 달러의 자금이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철강 제조업체인 Cleveland-Cliffs에 전달될 예정이다. 클리블랜드-클리프(Cleveland-Cliffs)는 미들타운 공장의 기존 용광로를 천연가스, 수소를 사용하도록 설치된 "수소 지원" 공장으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의 중공업 연구원이자 프로그램 디렉터인 케이틀린 스왈렉(Caitlin Swalec)은 “친환경 철강에 대한 추진력이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업계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다.
수소 철강으로 바꾸는 과정에는 비용이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수소로 철강을 만드는 것은 석탄 으로 만드는 것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기존 철강보다 최대 30% 더 비싸다.
세계의 석탄 연료 고로를 대체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경제 분석가들은 철강의 탈탄소화에 세기 중반까지 약 1조 4,000억 달러가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석탄을 활용하는 용광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철강 생산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철강의 70% 이상을 용광로에서 생산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아투이페(Atouife)는 “철강 부문에서 중국이 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석탄 화력 용광로의 계획 용량은 친환경 철강의 용량보다 2.5배 더 크다고 밝혔다.
포츠담 연구소의 베르포트(Verpoort)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15년 안에 우리는 전 세계 철강 산업 전체를 전환할 수 있다”며, "이것은 단지 공동의 헌신, 투자 및 추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에너지 및 환경을 위한 안들링거 센터(Andlinger Center)의 수석 연구 과학자인 크리스 그레이그(Chris Greig)는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주요 생산국이 기존 석탄 고로를 개조하여 계속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하지만 2050년 이후 수십 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부터 유럽 연합은 철강 수입업체에 제품 생산과 관련된 탄소 오염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게 된다. 결국 세계가 탄소중립을 통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