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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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TS Times Square, Manhattan, New York [출처=chrofi.com]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을 넘어서 공학, 사회학, 인문학 등 사람에게 최고의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종합 기술로 발전하고 있으며, 조경이나 교통과 관련된 접근성을 포함할 만큼 건축물의 주변 요소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건축의 외관 자체로도 감동을 주는 건축물이 있다면, 건축물과 그 주변 환경의 조화로 인하여 더 큰 감동을 주는 건축물도 있다. CHROFI(John Choi, Tai Ropiha and Steven Fighera)가 건축한 TKTS는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한 티켓 부스이다. 공연을 기다리며 계단에 앉아 다양한 사이니지들을 감상하다 보면, TKTS가 극장이 되어 타임스 스퀘어가 하나의 공연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TKTS가 가진 공간적 가치를 보기 위해서는 TKTS가 위치한 타임스 스퀘어의 역사적 배경을 통해 브로드웨이가 극장 거리로 발달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임스 스퀘어의 형성 과정


타임스 스퀘어는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명소로,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지점 일대의 광고판으로 가득한 광장과 뮤지컬, 연극 공연장들이 즐비해 있는 지역이다. 화려한 광고판이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이다.


아래 사진은 1811년 맨해튼의 도시 계획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155개의 스트리트로 구성된 격자형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중간에 가로질러 지나가는 브로드웨이의 비스듬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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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1811년 맨해튼의 도시 계획 [출처=Wikipedia.org], (우)현재 맨해튼의 위성 사진 [출처=earth.google.com]

 

실제로 도시 계획에 뉴욕 맨해튼의 남북을 관통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무역로였던 브로드웨이가 반영되었고, 현재 맨해튼의 도시에서 하나의 통행로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교차점들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공공 공간이 형성되어,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매디슨 스퀘어(Madison Square)와 같은 주요 장소가 생겨나게 되었다.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장소적 특성


위성 사진을 확대하여 보면 타임스 스퀘어의 대지 형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삼각형 형태의 땅을 형성하고 있다. 격자 모양 안에 사각형 구조의 대지에서는 근거리에서는 세 면이 다 보이지만 맨해튼처럼 격자의 형태가 긴 직사각형의 형태일 때는 근거리의 옆면만 보인다. 이 때문에 좌우면 건축물의 입면이 잘 보이는 타임스 스퀘어의 삼각형 형태의 대지는 맨해튼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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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 스퀘어 위성 사진 [출처=셜록현준 유튜브]

 

CHROFI는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더 넓은 가능성을 탐색하여 프로젝트가 도시, 사회, 문화, 환경, 경제, 정치적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하여 접근한다. TKTS의 건축 계획에서 타임스 스퀘어의 장소적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화려한 사이니지와 같은 주변 시설들을 활용하여, 극장 매표소라는 특정 목적성을 가진 건축물이 가진 제한된 가능성을 보다 넓게 확장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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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TKTS의 건축 계획 [출처=chrofi.com], (우)타임스 스퀘어 전경 [출처=Eater New York]

 

가장 넓은 부분에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유 공간에 공공건축물을 배치함과 동시에 건축물의 방향을 시야가 먼 방향으로 두어 위 사진처럼 타임스 스퀘어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도시를 연결하는 흐름


TKTS는 티켓을 판매하는 티켓 부스를 용도로 공모전에 나왔지만, 공모전에 참여한 대부분의 건축가 혹은 스튜디오들은 각자 티켓 부스의 역할을 다양하게 해석하였다. 그 중 가장 장소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CHROFI가 독보적이었다. 단순히 사이니지를 잘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사이니지들을 잘 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이용 시간을 늘리고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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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TS의 공모전 [출처=chrofi.com]

 

1. 계단형 관람 공간

계단 형태의 구조를 통해 타임스 스퀘어를 관람하는 사람들 간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단차를 활용하였고, 투명 강화유리와 LED 조명으로 야간에도 시각적으로 명료한 형태를 유지하여 관람, 휴식, 만남 장소 등의 다중적인 기능을 한다.


2. 투명한 유리 파빌리온

내부는 강화유리 벽으로 둘러서 기능적으로는 보호 공간이지만 시각적으로는 개방감을 형성한다. 도시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투명성과 기능성의 결합이다. 건축의 마감을 물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투명성을 통해 기능적으로 도시의 흐름을 연결한다.


3. 지하 기술 공간 활용

실제 설비 공간을 지하에 설치하여 지상 구조물의 미니멀화를 실현하였다. 타임스 스퀘어 아래 450피트에 위치한 5개의 우물로 구성된 지열 시스템은 냉각 또는 가열된 물과 글리콜 용액을 복사 패널에 공급하고 구조물 내부의 공기 처리 장치를 담당한다. 이로 인해 시각적 간섭 없이 타임스 스퀘어 전경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TKTS는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사회적 파급력과 도시적 잠재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구조물을 통해 건축이 도시와 사회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건축이 단순히 '짓는 일'이 아닌 '사유하고 제안하는 일'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건축은 기능을 넘어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증명하며 타임스 스퀘어의 비정형 삼각형 대지라는 한계를 창조적 기회로 바꾼 이 프로젝트는, 향후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사회적 역할과 도시적 의미를 담아내는 매개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건축은 공간을 넘어서 경험을 짓고, 기억을 설계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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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훈의 공간언어 ③] 극장을 기다리는 극장, ‘TK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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