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3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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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재의 세계오지 도보순례➇] 위그루인들의 땅, ‘투루판’에서 ‘우루무치’까지
    가다가 보면, 사라지고 모래 바람 속에서 환영처럼 다시 사라지고 모래산이 울면서, 화염산처럼 이 세상 숨쉬는 것들을 파묻어 버리는 곳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팔열(八熱)의 모래밭 위그루인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혜초 스님도 지나가는가 싶고 문득, 어머니가 물 한 바가지 들고 나타날 것도 같은, -‘물기 하나 없는 전생(前生)’, 윤재훈 인천에서 배를 타고 광활한 대륙 중국의 동쪽 끝 단동에 내려 완행열차에 몸을 실으니, 열차는 끝없이 서쪽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땅, 중국의 7대 고도(古都),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핑야오와 뤄양, 시안을 지나오면서 우리의 옛 역사의 향취도 함께 묻어 나왔다. 천년 고도 진시황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던 곳, 그러나 그 위대한 명성도 겨우 2대 15년 만에 끝나버렸던 나라. 위그루의 땅 초입 성도인 란저우에서 샤허, 시닝, 장예, 자위관, 혜초스님의 흔적이 어린 둔황의 사막을 지나 도착한 <투르판>, 도미토리가 딸린 게스트하우스도 귀한 곳. 끝없이 펼쳐지는 스텝지역과 사막만 눈시리게 보고 지나왔다. 갈수록 황량한 땅은 깊어지고 지하천이 발달하여 땅 아래에서 시원하게 머무르며, 그 물로 온갖 식수를 사용하며 사는 <투루판> 사람들, 지열이 높아 중국에서 가장 당도 높은 포도와 하미과가 나오며 야채와 같은 채소류도 풍부한 도시.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날이 270일에 달하는 곳, 분지 내는 연간 3,200시간 이상의 일조량이 풍부한데, 강수량은 적어 매우 건조한 땅. 수천 년 모든 물기가 증발되어 버린 응회암 지역에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왕조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는 황토 사막. 아득한 사막, 신기루처럼, 오아시스가 있을 것도 같아, 가다가 보면, 사라지고 모래 바람 속에서 환영처럼 다시 사라지고 모래산이 울면서, 화염산처럼 이 세상 숨쉬는 것들을 파묻어 버리는 곳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팔열(八熱)의 모래밭 위그루인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혜초 스님도 지나가는가 싶고 문득, 어머니가 물 한 바가지 들고 나타날 것도 같은, 발 끝에 걸리는 바스라져 가는 동물의 두개골 하나 물기 하나 남아있지 않는 전생 또 다시 떠있는 신기루 이쯤에서 이 생을 그만둘까 하다가 바람 소린 듯, 물소린 듯 뭔가가 언뜻, 들리는 듯도 하여 헛 것처럼, 환영처럼 또 다시 신기루인가 응회암*처럼 말라버린 입술에는 쉰 내마저 사라지고 허우적거리며 다시, 모래 계곡을 들어가는 벌레 한 마리 더 이상 마를 것도 없는 명사산 -‘물기 하나 없는 전생(前生)’, 윤재훈 그 사막 속에서도 물을 많이 쓰는 면화 재배가 활발한 곳, 하사와 병장의 ‘목화밭’이라는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곳, 그 면화 때문에 거대한 아랄 바다가 말라 버렸다는 아득한 서쪽, 중앙아시아가 문득 생각나는 땅. 바다는 어디로 갔을까 10리를 가다 낡은 배를 만났다 안에는 인적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사막의 모래바람만 아프게 몰려다니며 뱃전을 때렸다 그때마다 녹슨 쇠들이 쉰 소리를 냈다 20리쯤 더 가다가 이제는 모래밭이 되어버린 포구를 만났다 여기도 언젠가는 비린내 나는 선창으로 번성했을 것이다 힘 오른 보리 숭어가 튀어 오르고 방파제에서 힘차게 도래질하는 돔들로, 낚시꾼들이 왁자했으리라 구릿빛 팔뚝의 사내들은 허름한 식당에 모여 서로의 어획고를 무용담처럼 자랑하며, 거친 입담들을 쏟아냈으리라 고향을 떠나온 아낙은 구깃구깃한 종이에 일수를 찍으며 엄마에게 맡겨두고 온, 아이와 만날 날을 손가락으로 가늠했으리라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순식간에 산 하나가 생겨 이 지상을 묻을 듯하다 낙타가 무언가 알지 못할 울음을 울며 서쪽으로 고개를 튼다 말라버린 바다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지평선이 되어버린 그 경계만 활처럼 휘어있다 파란 하늘이 출렁이며 울컥, 하고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아랄해의 절규’, 윤재훈 중국 본토 한족들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문화와 낯선 생김새, 분명 다른 나라에 온 듯하다. 땅의 모습도 다르다. 물과 나무가 무성한 대륙을 지나왔는데 금방 사막 지대다. 풀 한 포기 살기 힘든 말라 비틀어져 버린 땅이다. 어떻게 살아왔을지 그들의 처절했을 삶에 옷깃이 여며지고 숙연해진다. 간간히 응회암 속으로 파고 들어간 선사인들의 움집 같은 그런 흔적들이 보인다. 저 캄캄한 굴 속에서 두더지 같이, 지렁이 같이, 꿈틀대며 굳이, 왜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삶을 유지했을까? 조심조심 북쪽으로 유목민이 가축을 이끌고 풀을 따라 오르듯 발걸음이 느려진다.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느릿느릿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중국인들과 달리 주위가 좀 조용해진 느낌이다. 나라 잃은 위그루족을 보면, 36년간 일제에게 짐승 취급받던 흰옷의 민족이 떠오른다. 토착 왜구들이 서슴없이 기어 나와 악행을 일삼은 이 시대에, 그들의 정체를 똑똑히 알았으니 이번 기회에는 그대로 넘어가면 안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에 찬성했던 자들이 대통령 선거에까지 나오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양심이라고는 없는 파시스트들로 보인다. 자신들만 귀족처럼 살며 나라 따위는 없어져도 상관이 없다는 식인가! 해방 전에 우리에게 무슨 나라가 있었냐며 상해 임시정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와서 내뱉은 망언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치가 떨릴 일이다. 국민들은 이번 계엄사태로 나라가 순식간에 이렇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 추운 겨울날 길거리 앉아서 밤을 새던 ‘은박요정 키세스단’도 잊을 수가 없다. 하나하나 도와주던 그 작은 주변의 온정들도 잊을 수가 없다. “나라가 없는 민족에게 무슨 인권이 있느냐”고 했던, 일제강점기 때 짐승 취급을 받아도 어디 하소연 할 때가 없었던 서러운 민족. 그런데 토착 왜구들은 그런 와중에서도 일본 귀족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아왔다. 그리고 친일을 한 댓가로 받은 땅을 다시 찾겠다고 고개를 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은 돌려주고 있다. 정말 가증스러운 일이다. 나라를 잃은 채 중국의 억압 속에서 지금 한 민족으로, 하위 민족으로 동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한 마리의 거대한 수탉을 닮은 중국의 지도 아래에서 포란(抱卵)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도 나라는 있었다. 그러나 잦은 외침과 스스로의 내분으로 분열한 민족 쫒기고, 흩어져 지금은 형체도 없어져 가는 민족 외세는 믿을 수가 없다 누가 누구를 보호해 준다는 말인가. 국가와 국가 간의 휴지 조각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자의든 타의 든, 수시로 변해가는 세계의 조류(潮流)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튼실하지 못한 민족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수탉의 날카로운 부리 앞에, 먹이로 툭, 던져진 것 같은 한반도 그래도 용캐 지켜온 백의민족, 지도를 돌려서 보자,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기세가 도올하다 -‘위그루족를 보면’, 윤재훈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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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2025-04-30

오피니언 검색결과

  • [현동훈의 공간언어 ③] 극장을 기다리는 극장, ‘TKTS’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을 넘어서 공학, 사회학, 인문학 등 사람에게 최고의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종합 기술로 발전하고 있으며, 조경이나 교통과 관련된 접근성을 포함할 만큼 건축물의 주변 요소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건축의 외관 자체로도 감동을 주는 건축물이 있다면, 건축물과 그 주변 환경의 조화로 인하여 더 큰 감동을 주는 건축물도 있다. CHROFI(John Choi, Tai Ropiha and Steven Fighera)가 건축한 TKTS는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한 티켓 부스이다. 공연을 기다리며 계단에 앉아 다양한 사이니지들을 감상하다 보면, TKTS가 극장이 되어 타임스 스퀘어가 하나의 공연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TKTS가 가진 공간적 가치를 보기 위해서는 TKTS가 위치한 타임스 스퀘어의 역사적 배경을 통해 브로드웨이가 극장 거리로 발달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임스 스퀘어의 형성 과정 타임스 스퀘어는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명소로,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지점 일대의 광고판으로 가득한 광장과 뮤지컬, 연극 공연장들이 즐비해 있는 지역이다. 화려한 광고판이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이다. 아래 사진은 1811년 맨해튼의 도시 계획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155개의 스트리트로 구성된 격자형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중간에 가로질러 지나가는 브로드웨이의 비스듬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도시 계획에 뉴욕 맨해튼의 남북을 관통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무역로였던 브로드웨이가 반영되었고, 현재 맨해튼의 도시에서 하나의 통행로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교차점들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공공 공간이 형성되어,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매디슨 스퀘어(Madison Square)와 같은 주요 장소가 생겨나게 되었다.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장소적 특성 위성 사진을 확대하여 보면 타임스 스퀘어의 대지 형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삼각형 형태의 땅을 형성하고 있다. 격자 모양 안에 사각형 구조의 대지에서는 근거리에서는 세 면이 다 보이지만 맨해튼처럼 격자의 형태가 긴 직사각형의 형태일 때는 근거리의 옆면만 보인다. 이 때문에 좌우면 건축물의 입면이 잘 보이는 타임스 스퀘어의 삼각형 형태의 대지는 맨해튼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대지이다. CHROFI는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더 넓은 가능성을 탐색하여 프로젝트가 도시, 사회, 문화, 환경, 경제, 정치적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하여 접근한다. TKTS의 건축 계획에서 타임스 스퀘어의 장소적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화려한 사이니지와 같은 주변 시설들을 활용하여, 극장 매표소라는 특정 목적성을 가진 건축물이 가진 제한된 가능성을 보다 넓게 확장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였다. 가장 넓은 부분에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유 공간에 공공건축물을 배치함과 동시에 건축물의 방향을 시야가 먼 방향으로 두어 위 사진처럼 타임스 스퀘어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도시를 연결하는 흐름 TKTS는 티켓을 판매하는 티켓 부스를 용도로 공모전에 나왔지만, 공모전에 참여한 대부분의 건축가 혹은 스튜디오들은 각자 티켓 부스의 역할을 다양하게 해석하였다. 그 중 가장 장소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CHROFI가 독보적이었다. 단순히 사이니지를 잘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사이니지들을 잘 보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이용 시간을 늘리고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켰다. 1. 계단형 관람 공간 계단 형태의 구조를 통해 타임스 스퀘어를 관람하는 사람들 간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단차를 활용하였고, 투명 강화유리와 LED 조명으로 야간에도 시각적으로 명료한 형태를 유지하여 관람, 휴식, 만남 장소 등의 다중적인 기능을 한다. 2. 투명한 유리 파빌리온 내부는 강화유리 벽으로 둘러서 기능적으로는 보호 공간이지만 시각적으로는 개방감을 형성한다. 도시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투명성과 기능성의 결합이다. 건축의 마감을 물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투명성을 통해 기능적으로 도시의 흐름을 연결한다. 3. 지하 기술 공간 활용 실제 설비 공간을 지하에 설치하여 지상 구조물의 미니멀화를 실현하였다. 타임스 스퀘어 아래 450피트에 위치한 5개의 우물로 구성된 지열 시스템은 냉각 또는 가열된 물과 글리콜 용액을 복사 패널에 공급하고 구조물 내부의 공기 처리 장치를 담당한다. 이로 인해 시각적 간섭 없이 타임스 스퀘어 전경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TKTS는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사회적 파급력과 도시적 잠재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구조물을 통해 건축이 도시와 사회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건축이 단순히 '짓는 일'이 아닌 '사유하고 제안하는 일'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건축은 기능을 넘어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증명하며 타임스 스퀘어의 비정형 삼각형 대지라는 한계를 창조적 기회로 바꾼 이 프로젝트는, 향후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사회적 역할과 도시적 의미를 담아내는 매개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건축은 공간을 넘어서 경험을 짓고, 기억을 설계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현동훈 (Hyun Dong Hun) 유니버설 디자인, 친환경 건축 등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공간디자이너이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건축과 이를 표현하는 공간을 탐구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건축 방향성과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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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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