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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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도시 모습 [사진=Josh Hild]

 

인류는 사회적 욕구 충족과 안전을 위해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며 다양한 생활을 공유하는 곳이다. 특히 현대도시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일 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사회참여학자이자 도시 건축 연구로 유명한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는 도시 지역의 삶에 관한 글에서 “인류는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기에너지와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대도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IT 기술과 인공지능을 통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멈퍼드는 1944년에 출판된 <인간의 조건>에서 "유기적 휴머니즘"이란 말을 했다. 이 용어는 인간성에 기반한 인간의 가능성, 인체의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공기의 질, 식량 가용성, 수질 등을 통해 도시 공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도시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공동체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이 모든 요소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인간의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환경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멈퍼드는 1970년 출간한 기계의 신화 Vol II: 권력의 펜타곤(The Myth of the Machine Vol II: The Pentagon of Power)에서 지속적이고 제한 없는 확장, 생산 및 교체를 강조하는 ‘현대 소비경향’을 비판했다. 현대 사회의 기술은 완성도 면에서 과거에 비해 엄청난 진화를 가져왔고 내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인간의 만족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도시의 소비문화는 이러한 측면을 무시하고 과도한 소비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멈퍼드가 "메가테크닉스(Mega Technics)"라고 불렀던 현대 기술은 신용에 의한 할부 구매, 결함을 동반한 디자인, 일정 기간 이상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는 안전성, 짧은 주기의 트렌드 변화 등을 통해 소비경제를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제품에 대한 광고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과도 소비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생산과 소비의 시간을 앞당기며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을 쓸 수 있는 많은 제품에 대해 수명이 다하지 않는 상태에서 새 제품으로의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소비문화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에서 더욱 두르러지게 나타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가전제품은 얼마든지 수명을 늘려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기업의 상술이나 트랜드에 이끌려 충분한 사용 기간이 남아있는 제품을 쉽게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것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생태계는 지구 환경에 매우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은 쓰레기로 버려지고 이것을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생 된 폐기물은 새로운 제품생산을 위해 또 다른 재료의 낭비를 불러오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현대도시에서는 이러한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와 자원 낭비 문제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도한 소비와 환경파괴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45도를 넘는 서유럽의 날씨는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동토의 땅이었던 이곳에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이제 극지방에 묻혀있던 희귀 생물들과 바이러스들이 언제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버클리 쿨 기후 네트워크 (Berkeley Cool Climate Network)는 연구에서 “도시 밀집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중심에 탄소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 인류는 도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서로 협력하고 공동 노력을 펼쳐가야만 한다. 


도시의 고밀도화는 시스템적 측면에서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 등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도시의 기능이 약해지고 물질주의가 팽배해지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만들어낸 도시의 풍요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도시가 비대해지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쓰레기들은 탄소배출의 원인이 되고 그 영향으로 인해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이것으로 인한 환경 재앙은 또다시 인간에게 전해져 폭염이나 홍수와 같은 위기로 돌아올 것이다.


인류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는 이제 고밀도의 도시와 저밀도의 친환경 공간을 적절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과 IT, 인공지능,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시는 더욱 메가시티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가시티의 개발은 정치, 경제, 상업, 문화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면 된다. 주거는 다른 문제이다. 


도시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주거’에 대한 솔루션은 일상적인 업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간은 일과 휴식이라는 두 개의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노동의 시간이다. 


도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생존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휴식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휴식은 인간이 일로 부터 벗어나 쉬는 시간이다. 따라서 휴식을 위한 공간은 반드시 도심 속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주거공간’은 도심으로 부터 벗어나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만약 주거공간이 자연과 동화되면 인간은 도심보다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휴식을 갖는 사람은 도심에서 일상과 함께 사는 사람보다 몇 배의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에 복귀할 때도 보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대도시는 급속한 팽창을 통해 거대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서 인간의 생활과 환경 문제는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인류의 과제이다. 이제 지구의 위기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인류가 코로나와 기후 위기로 큰 시련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의 미래전략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이 정부의 정책에서 새롭게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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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평소 생각지 못했던 과도한 소비문화!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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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도시의 과도한 물질 문화...환경 파괴와 온난화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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