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칼럼 - K100년, 생각의 전환] 지방 ‘균형발전’은 광역시, 도 단위의 ‘메가시티’ 구축이 필수적이다.
‘절전지훈(折箭之訓)’처럼 작은 시, 군, 구가 힘을 합쳐 수도권과 같은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06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고령화와 청년들의 수도권 진출 때문이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주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대학 입학’과 ‘취업’ 때문이다.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이 농촌, 어촌, 시, 군을 중심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금 당장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위기의 사회가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에서도 자립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하여야 한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통해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이에 대한 정책으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있다. 이 법은 지역 간 기회균등을 촉진하고 지역 특성에 맞게 발전시키려는 정책이다. 이 법은 어느 지역에서나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방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의 인구과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도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법제화한 특별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인구 동향에서 출생아 수는 20,44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고, 사망자 수는 26,03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 혼인 건수는 14,94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 감소했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출생아 수 - 사망자 수)은 –5,588명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은 우리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내세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방 균형발전의 전망은 밝지 않다. 그 이유는 국가의 정책만큼이나 지방단위의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 균형발전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 자체 단체의 실천적 전략이 중요하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자치단체의 ‘정책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 군, 구로 분리된 생활권을 광역시, 도로 집중해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는 17개의 광역시, 도가 있고 226개의 시, 군, 구가 있다. 이들 시, 군, 구는 광역시와 도 단위로 뭉쳐야 한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흩어져 있는 지역들이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는 정책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연개소문이 강조했던 절전지훈(折箭之訓)처럼 작은 시, 군, 구가 각자도생을 멈추고 지역단위 메가시티로 뭉치면 수도권과 버금갈 만한 힘이 생긴다. 이에 더해 광역시, 도 단체장은 자기 지역의 시장, 군수와 함께 힘을 합쳐 하나의 지역단위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는 부족국가처럼 고전적인 지역 경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였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지역의 경계는 무너졌다.
이제 도시는 수목 구조 체계에서 벗어나 리좀(Rhyzome)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리좀 구조는 수직적 위계 없이 수평적 체계를 갖는 구조이다. 광역시, 도는 시, 군, 구를 리좀 구조처럼 수평적으로 결속하여 하나의 경제 규모를 갖춰야 한다.
리좀 구조의 메가시티는 사람을 모으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자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방 경제 규모가 커지면 지방을 떠나 수도권에 살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의 경우 15개의 시, 군이 있으며 전체 인구수는 22년 8월 기준 212만 1,082명이다. 이 정도의 인원이면 메가시티를 구축하기에 충분한 인구이다.
충청남도: 천안시(65만7천), 공주시(10만2천), 보령시(9만7천), 아산시(33만2천), 서산시(17만6천), 논산시(11만3천)), 계룡시(4만3천)), 당진시(16만7천), 금산군(5만), 부여군(6만2천), 서천군(5만), 청양군(3만), 홍성군(9만8천)), 예산군(7만6천), 태안군(6만1천)
만약 충청남도 인구의 212만 명이 하나의 메가시티로 뭉치면 대구광역시(237만 1,936명)보다는 작고 광주광역시(143만 4,397명)보다는 큰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 충남은 이러한 인구를 통해 자립 도시와 독립 경제권을 확보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국가는 KTX로 전국 교통체계를 만들고, 광역시, 도는 ‘수소 트램’을 통해 자체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IT와 교통 선진국으로 전국이 인터넷과 KTX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고속전철은 지방의 주요 도시에만 정차역을 가지고 있어 KTX 역이 없는 시, 군, 구는 발전에 제약을 받는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시, 도는 자신의 시, 군, 구를 하나로 묶는 ‘수소 트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트램은 유럽에서 흔한 교통수단으로 지역단위를 묶기에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이다. 만약 시, 군, 구가 트램으로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되면 도시는 동일 생활권이 된다.
셋째, 정부는 28개의 국립대학을 K 대학으로 일원화하고, 광역시, 도는 특성화된 국립대학 규모를 미국 주립대학처럼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좋은 대학이 모여있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일찍부터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균형발전도 이룰 수 없다.
정부는 지역에 있는 국립대학을 K 대학으로 일원화하고 지방마다 특성화를 살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립대학은 각 주를 대표하며, 지역 학생들을 받아들여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 우리도 광역시, 도 단위의 국립대학을 일원화하여 지역에서도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해야만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나 캠브리지 대학처럼 대학의 행정은 K 대학이 담당하고 특성화된 교육은 지역의 국립대학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넷째, 광역시, 도는 집중과 분산을 통해 정치, 경제, 행정권을 하나로 밀집시키고, 주거를 분리해야 한다.
광역시, 도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치, 경제, 행정을 메가시티로 집중하고 주거는 외곽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그리고 트램으로 도시와 주거를 연결하면 된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도심권에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과도하게 커지면 집값 상승, 공해 문제, 교통체증 등 이 발생한다. 하지만 주거를 외곽으로 분리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환경에서 안정된 주거를 공급할 수 있다.
다섯째, 광역시, 도는 대학병원, 대형병원 등의 의료시설을 독립적으로 확충하여야 한다.
사람들이 대도시를 좋아하는 것은 편리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은 인간의 건강과 집결되어 병에 걸리면 큰 병원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 군, 구는 인구가 한정되어 대형병원이 들어가기 힘들다.
광역시, 도가 메가시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대형병원이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면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지방이라도 좋은 병원이 들어올 것이다. 만약 지방에 좋은 병원이 생기면 병원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
여섯째, 광역시, 도는 대형 쇼핑몰, 아울렛을 유치하여 독립적 쇼핑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쇼핑을 하려는 욕구가 생겨난다. 하지만 시, 군, 구만으로는 대형 쇼핑몰이나 아울렛을 유치할 수 없다. 인구가 적으면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역시, 도 단위의 메가시티가 생겨나면 경제 규모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제 규모가 갖춰진 곳은 쇼핑몰과 아울렛이 자연스럽게 입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이다. 쇼핑몰과 아울렛의 활성화는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일곱째, 광역시, 도는 문화, 예술을 위한 대형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홀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되어있는 미술관, 박물관, 콘서트홀은 인구집중을 유발한다. 만약 지방에 이러한 문화 예술시설이 생기면 지역도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공간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주민들의 만족도도 놓아져 굳이 복잡하고 비싼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주하지 않게 된다.
여덟째, 광역시, 도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 타워,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대표적 ‘아이코닉’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

각 도시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 그 지역을 방문하려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 타워,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는 하나의 상징물과 건축이 얼마나 도시의 아이콘을 끌어올리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따라서 세계를 대표할 만한 지역의 아이코닉을 만들어 세계인들이 관광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주민은 관광객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다.
아홉째, 광역시, 도는 ‘친환경 폐기물 발전소’를 만들어 자체 생산, 소비, 소각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가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소모 물품도 많아져 쓰레기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 기후 온난화로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서 친환경 폐기물 소각장을 만들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환경도 보존해야 한다. 이제 지구 환경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기 때문에 ESG 개념을 적용한 친환경 도시는 시대적 과제이다.
정부는 지방소멸에 위기를 느끼며 국토 ‘균형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정부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다. 지방 균형발전은 주체가 되는 지방이 움직여야 한다. 작은 단위의 시, 군, 구가 서울과 수도권에 경쟁할 수 없다. 힘이 부족하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힘은 광역시, 도 단위의 ‘메가시티 경제권 구축’에 있다.
말로만 하고, 법으로만 규제하는 정책으로는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광역시, 도의 적극적인 노력과 시, 군, 구의 협력이 절실하다.
유럽과 미국의 작은 도시들은 특성화를 통해 자립 도시로 지역주민의 삶을 챙기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균형발전을 미루지 말고 광역시, 도 중심으로 솔선수범하여 실천에 옮기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와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가 있으며, 건축 전문서적으로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한,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철학의 위로’라는 책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