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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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사업자 법률 전문가 초청 세미나 [사진=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정부가 추진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법률 및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개정안이 충분한 실태조사 없이 추진되었으며, 법적 명확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입법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 법적 논란 가중


기획재정부가 찬성하고 보건복지부가 강하게 입법을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기존 ‘연초의 잎’으로 한정됐던 담배의 정의에 ‘니코틴’을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규제 및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및 법제처 경제법제국장을 지낸 한상우 국회 기획재정분과 입법지원위원은 “마약류 관리법에서도 마약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반면, 이번 개정안은 니코틴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입법의 비례 원칙을 중시하는 만큼 △입법 목적의 정당성 △입법 방법의 적절성 △피해 최소성 △공공 필요와 기본권 침해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소년 보호 명분, 실효성 부족


정부는 개정안이 청소년 보호 및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박필규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3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일반 궐련담배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청소년 및 국민 건강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유해성 검증 의무가 사라지고,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완제품이 무분별하게 수입될 가능성이 커져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불법 업체 양성화 우려… 합법 소상공인만 피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합성니코틴 제품의 98%가 연초니코틴을 포함한 ‘가짜 합성니코틴’으로 확인되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합법적으로 합성니코틴 제품을 판매하는 소수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광수 송용규 대표변호사는 “개정안이 특정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합법적인 합성니코틴 판매업체들에게는 불합리한 처분적 법률이 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합성니코틴을 판매하던 사업자는 합성니코틴만 계속 판매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근거 부족… 연구 신뢰성 논란


이번 개정안의 근거로 활용된 보건복지부의 ‘합성니코틴 유해성 연구’도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출처 불분명한 시료를 사용했고, 연구 절차와 결과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입법 근거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해당 연구에 대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일부 연구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 고발된 상태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합성니코틴’ 제품이 사실상 기존 담배로 분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신중한 입법 논의 필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국민 건강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법적 명확성 부족, 소비자 권리 침해, 특정 기업에 대한 형평성 문제, 과학적 근거 부족 등 여러 논란을 안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와 객관적인 연구 자료를 충분히 반영한 후 신중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불법 업체에 대한 수사 결과, 유해성 연구 결과의 신뢰성 검토, 형사재판 진행 여부, 정부의 액상 전자담배 허가 기준 마련 등의 실태 조사에 따라 개정안의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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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사업법 개정안, 업계 반발 속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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